동아에스티는 지난 9일 이사회를 통해 총 1000억원 규모의 CB를 주주우선 공모 방식으로 발행한다고 밝혔다. CB 만기는 5년으로 표면금리는 0%, 만기금리는 1%다. 리픽싱은 전환가액의 85%까지 조정된다.

눈에 띄는 발행조건은 주가가 최초 전환가액인 8만6800원의 130%인 11만2840원을 기록할 경우 발행사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주가가 전환가액을 상회할 경우 투자자들은 전환권을 행사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한다. 주가가 상승할 경우에만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은 사실상 '상환청구권'보다는 조기전환을 유도하는 기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콜옵션은 동아에스티의 콜옵션 행사기간이 개시된 이후, 전환가액의 130%를 초과한 주가가 15거래일간 유지될 경우 조건이 부합하는 것으로 본다. 동아에스티가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밝히고 난 후 투자자는 전환권을 청구할 수 있는 별도의 기간을 부여받는다. 이 기간 동안 전환권을 사용하면 발행사의 콜옵션으로 인한 투자자 손실은 없다.

이번 콜옵션부 전환사채의 주관사도 NH투자증권이 맡았다. NH투자증권은 이번 동아에스티 CB와 동일한 구조로 발행된 현대로템 CB의 주관사를 맡았다. 과거 미래에셋증권의 1회차 CB를 제외하고는 이와 같은 구조의 딜은 NH투자증권이 처음으로 고안했다. 미래에셋증권 CB는 대부분 원금을 상환했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가 화제가 되지 않았다.

현대로템의 CB 발행 이후 HMM도 같은 구조로 CB를 발행했다. 두 발행사 모두 주가가 큰폭의 상승을 보였고 발행된 전환사채의 대부분이 주식으로 전환됐다. 전환 이후에도 주가가 큰 상승을 이어가 투자자에게는 좋은 경험치가 된 셈이다.

발행사가 주가 상승시 콜옵션을 청구하면 나머지 만기까지의 기간동안 상환에 대한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채권 형태였던 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부채는 줄어들고 자본이 늘어나면서 재무지표가 2배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주가가 발행 당시보다 상승한 시점에서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투자자와 발행사가 모두 손해보지 않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발행했던 현대로템과 HMM보다 콜옵션 청구 조건이 발행사에 우호적이긴 하지만 앞선 상품이 모두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에 동아에스티 CB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미지는 긍정적일 것"이라며 "발행사가 주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하는 반응도 있다"고 말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2013년 동아제약이 지주사 체제로 변신하면서 인적분할 방식을 통해 설립된 사업회사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5867억원, 영업이익은 34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이 2523억원으로 여유가 있어 투자자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에 대해서도 안정성이 보장된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에서 모두 신용평가등급 A+(안정적)를 부여받는 등 제약사 중에선 신용도도 우수한 편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