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핀콘에 투자한 한 기관 투자자는 내부적으로 핀콘 투자금액을 손실처리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핀콘 경영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투자 원금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핀콘 주요 투자자 중 한 곳인 카카오벤처스(전 케이큐브벤처스)는 이미 지난해 핀콘에 투자한 금액을 손실 처리한 상황이다.

핀콘은 하이콤, 한빛소프트, NHN NHNGAMES 웹젠 등에서 근무한 유충길 대표가 지난 2012년 설립한 기업이다. 2009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한 'C9'를 개발한 인력들이 모였다는 점에서 업계 주목을 받았다. 카카오벤처스는 핀콘 설립 한 달만에 투자를 단행하며 초기 투자자로 나섰다. 당시 운용하는 펀드 '케이큐브-1호 벤처투자조합'으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매입해 3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핀콘은 해당 투자금을 바탕으로 역할수행게임(RPG) '헬로히어로'를 출시했다. 헬로히어로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수 순위권에 들면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카카오벤처스는 이후 2017년 핀콘에 후속투자를 단행했다. 운용하는 펀드 '카카오 성장나눔게임펀드'를 활용해 40억원을 투자했다. 현재는 카카오 본사로 자리를 옮긴 신민균 카카오벤처스 공동대표는 당시 "핀콘은 헬로히어로 등을 개발해 한국 게임 시장에 한 획을 그은 회사"라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가 높아 후속투자를 결정했다"고 투자 배경을 밝혔다.

카카오 성장나눔게임펀드는 2016년 카카오벤처스 모회사인 카카오가 단일 출자해 300억원 규모로 결성됐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게임 회사에 전문적으로 투자하기 위한 펀드다. 핀콘 외에도 코코모, 넵튠 등에 투자했다.

카카오벤처스에서 후속 투자를 받은 핀콘은 2018년 넵튠에서도 5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넵튠이 보통주를 인수해 투자한 만큼 양사간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전략적 투자(SI)였다. 정욱 넵튠 대표는 당시 "핀콘은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지적재산권(IP)를 가진 몇 안되는 국내 게임 개발사"라며 "이번 투자가 양사 협업 관계에 있어서도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넵튠 분기보고서 상 핀콘 지분의 장부금액은 9300만원으로 표시 되어있다.

자금을 확보한 핀콘은 차기작 개발에 나섰지만 대중의 인기를 얻는데 실패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방치형 게임 '헬로히어로: 올스타즈 아이들 리그'를 출시했지만 좋은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투자금액를 회계상 손실 처리하고 있다. 

초기 투자자인 카카오벤처스는 이미 회계 처리를 완료한 상황이다. 카카오벤처스 관계자는 "케이큐브-1호 벤처투자조합으로 투자한 금액은 펀드 청산 과정에서 지분을 처분하며 5억원 정도를 회수했다"며 "카카오 성장나눔게임펀드로 투자한 40억원을 지난해 이미 손실 처리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다른 기관 투자자들 역시 핀콘 투자금을 손실 처리한 상황"이라며 "핀콘 투자금을 손실처리했지만 성장나눔게임펀드에 여러 좋은 포트폴리오가 담겨있어 펀드 전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