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투자 하라면서요
다양한 ETF 포트폴리오 제시 필요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4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공도윤 WM부장] 뜨거운 ETF(상장지수펀드) 인기에 팍스넷뉴스는 'ETF시대' 시리즈를 기획해 현재 20건이 넘는 기사를 보도 중이다. 국내 운용사에게 설문조사도 하며 기사를 준비했다.


여기에 ETF 투자를 추천한 전문가들이 너도나도 '분산투자'를 강조했던 것이 생각나 자산운용사와 판매사에게 "ETF로 분산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워낙 다양한 ETF가 거래되고 있으니 개인투자자가 장기적으로 안정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도록 ETF로 구성한 포트폴리오를 받아보자는 의도였다. 참고로 국내에 상장된 ETF 수는 482개를 넘고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 수는 2543개가 넘는다.



특히 ETF는 주식형, 채권형, 원자재 등 다양한 상품이 존재해 주식과 상관계수가 낮은 상품으로 자산배분 효과를 높일 수 있고, 국내는 물론 선진국, 신흥국 등 지역별 분산투자가 가능하다. 항공, 엔터, 반도체, 전기차, 금융 등 섹테별 투자도 가능해 다양한 운용전략을 세울 수 있다. 개별 종목(주식), 채권(국채), 원자재(원유, 농산물, 금, 은, 구리 등)의 현물이나 선물을 구매하는 것보다 비용, 위험 등의 면에서도 효율적이라 자산배분에 적합하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역시 "지난 30년간 자본시장의 최대 혁신은 ETF"라며 "다만 아무리 유망한 ETF라도 여러 개에 분산 투자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요청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했다'.


직접투자 열풍으로 '자산배분' 이슈가 잠시 소강 상태지만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다양한 자산배분 전략과 리밸런싱(포트폴리오 초기 구성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재조정하는 투자 프로세스) 방안을 종종 제시한다. 또 ETF 인기에 맞춰 몇몇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정기적으로 ETF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보고서의 내용이 특정테마나 특정섹션에 해당되는 국내외 ETF를 소개하는 정도에 그쳐 우리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연령별 포트폴리오, (서학개미를 위한)테마별 포트폴리오, 투자성향별 포트폴리오 등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자산운용사들은 "당사가 운용하고 있는 ETF 중 특정 ETF를 골라 추천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답했고, 판매사들은 "특정 코호트를 대상으로 ETF만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은 자산배분 전략에 맞지 않다"고 했다. 성의를 보인 판매사들은 ETF로 자산배분을 하고자 한다면 'EMP(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을 ETF에 투자하는 펀드)'를 활용하는게 좋을 것 같다며 애써 마무리했다.


여전히 갈증이 해소되지 않아 십여년이 넘도록 WM시장에서 자산배분 전문가로 종사하고 있는 지인에게 왜 ETF로 분산투자가 어려운 거냐고 물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아직 충분한 역량과 히스토리가 쌓이지 않았다"는 설명을 해주었다.


국내에 자산배분이라는 개념이 널리 퍼지기 시작한 것은 은퇴자산, 퇴직연금 등의 시장이 형성되는 것과 함께 하는데, 아직 그 역사가 짧아 특성별 개인에게 맞는 자산배분 모델을 만들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하는 작업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개인의 투자성향에 맞춰 주식과 채권 등의 자산을 편입하고, 은퇴시기에 맞춰 투자비중을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나아가 특정 상품을 취사선택하고 비중을 나눠 제안하는 것은 훨씬 고차원의 일이라는 설명이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 고차원(?)의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는 것은 소위 잘나가는 PB(프라이빗뱅커)들이 VVIP에게 하는 서비스라고 했다.


'포트폴리오 이론'으로 1990년에 노벨상을 받은 미국 경제학자 해리 막스 마코위츠(Harry Max Markovitz)는 '자산배분은 금융시장이 제공하는 유일한 공짜 점심'이라 했는데, 너무 안일하게 '공짜 점심'을 바랬던 걸까. ETF를 이용한 다양한 자산배분 전략과 여러 유형의 포트폴리오가 나오길, 좀더 시간을 두고 기다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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