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와 벤처캐피탈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의원입법을 통해 컨버터블 노트를 도입할 계획이다. 의원입법이란 국회의원이 발안해 법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여·야간 의견이 일치한다면 정부가 발안하는 정부입법에 비해 신속한 처리가 가능하다. 국회의원 10인 이상이 법안을 제안하면 상임위원회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 의결 과정을 거친다. 이후 대통령 또는 국회의장이 법률안을 공포하고 20일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

구체적으론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촉법) 개정을 통해 투자의 정의에 조건부지분전환계약(제2조제1호마목)을 신설할 예정이다. 이밖에 지분희석의 우려 없는 '투자조건부 융자제도'(벤처 대출)와 벤처투자조합이 은행으로부터 차입이 가능한 투자목적회사를 설립해 펀드자금과 은행자금을 함께 대규모 투자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조항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정부가 벤처투자 활성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고 컨버터블 노트 도입에 대해 수년간의 숙의 기간을 거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안 통과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개정안은 이르면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컨버터블 노트에 대해 상당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안다. 빠르면 연내 도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손실보상법 통과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벤촉법 개정안 처리가 다소 지연될 수 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측은 "우선 보상법을 처리한 뒤 (컨버터블 노트 관련) 논의가 진행될 것 같다. 아직 처리 시기를 확언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특별법을 통하기에 상법과의 충돌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해당 개정안의 대표 발의자로 오는 28일 전체회의에서 송갑석 의원을 대신해 여당 측 산자위 간사로 임명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컨버터블 노트와 세이프 등 실리콘벨리식 금융제도 도입을 추진해왔다. 해외에서 널리 활용되는 투자 방식인 만큼 모험자본 시장 활성화를 위해 투자 방식을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지난해 벤촉법 개정을 통해 세이프 투자의 근거를 마련했다.

컨버터블 노트란 일단 전환가액을 정하지 않고 투자한 뒤 후속 투자 등을 통해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정해지면 전환가액과 발행주식수가 고정되는 투자 방식이다. 할인율과 기업가치 상한(밸류에이션 캡)을 설정해 추후 지분율을 산정한다는 점은 조건부지분인수계약(세이프)와 유사하다. 계약시 만기와 이자율을 정하는 건 전환사채(CB)와 닮아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경우 컨버터블 노트, 세이프 방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상법은 주식을 발행할 때 발행가를 사전에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국내선 컨버터블 노트가 허용되지 않았다.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가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RCPS 투자는 밸류에이션이 선행돼야 해 스타트업과 투자사의 시각차이로 투자유치기간이 장기화되거나 투자협의가 결렬될 수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다만 일부 회사들은 해외 법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투자를 받는 식으로 컨버터블 노트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