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잃은 '자기 책임' 원칙
부실펀드 피해 전액보상안, 증권업계 판 흔들까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1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김세연 차장] 투자 시장에는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투자자 본인이 짊어져야 하는 '자기책임' 원칙이다. 각자가 가진 투자 원칙에 근거해 최종 투자 판단이 내려지는 만큼 그 성과 역시 오롯이 투자자 스스로가 책임진다는 것이다. 


변치 않을 것 같던 자기책임 원칙은 최근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사상 유래 없는 부실펀드 논란 속에 관련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들의 배상 책임 수준이 투자자의 '자기' 책임 원칙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불러온 라임자산운용의 부실펀드를 판매했던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자사가 판매한 모든 부실펀드에 대해 투자자들의 피해금액 전액을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결단이다. 판매사가 책임 소재가 거론되는 모든 부실 사모펀드애 대한 원금 배상안을 마련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리딩 증권사로서 한국투자증권의 고심 어린 결정은 사태 해결을 기대한 금융당국이나 환매 중단으로 오랜 시간 유동성이 묶였던 투자 피해자들로서는 다행스런 결과다. 


분명 시장 정상화를 이끄는 선택이지만 가져올 파장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부실펀드 문제가 제기된 이후 증권업계는 시장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피해 보상에 고심해 왔다. 물론 스스로 자구안을 마련한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사회적 파장에 대해 책임을 지기 위해 저마다 배상 카드를 제시하며 판매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 결과 불완전 판매에 따른 피해배상비율은 기존 30%에서 선지급과 추가 보상을 고려할 때 70~80%까지 높였다. 


하지만 피해금액 전액 보상안 등장 이후 부실펀드를 판매했던 증권사는 물론 향후 사모펀드 판매에 나서야 할 증권사까지 모두 100% 배상이라는 부담을 짊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투자에 대한 피해 전액을 보상해준다는 것은 사실상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이란 투자시장의 원칙을 저버린 결정일 수 있다.  


국내 시장을 강타한 부실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 피해는 원칙적으로 펀드를 설계하고 운용한 운용사의 잘못이다. 관련 상품을 꼼꼼히 점검하지 못하고 고객에게 소개한 판매사의 실수나 감언이설일 수도 있다. 사기 행위나 부실한 운용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투자 과정에 판매사나 운용사의 사기에 의한 기망행위가 있다면 정상적인 투자 의사결정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기망의 진위를 가리는 것 역시 법정 다툼을 통해서도 쉽게 결론 내릴 사안은 아닐 것이다. 


다만, 투자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개인에게 있는 것이 투자론의 근본이다. 그래서 투자의 세계는 외롭고 피를 말리는 자기와의 싸움이다. 원칙은 상황의 흐름에 따라 변하지 않기에 원칙이다. 자기책임의 투자 원칙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상황의 변화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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