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제넥신이 코로나19 백신 3상을 나눠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1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 계획이 무산된 뒤 나온 계획이다. 바이오업계는 임상 포기가 어려운 가운데 비용을 줄이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분석도 하고 있다.

제넥신 관계자는 2일 "인도네시아의 최근 코로나19 확산세(1일 확진자 2만명 이상)를 고려할 때, 3상에 들어가면 대상자 1만명 중 50여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여겨진다"며 "이를 통해 GX-19N의 방어효능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해보고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되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등으로 범위를 넓혀 2만명에 대한 임상을 추가로 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우정원 제넥신 사장이 최근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발표한 제넥신의 코로나19 백신 'GX-19N'의 인도네시아 2/3상 구상과도 비슷하다. 제넥신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2상과 3상을 동시에 실시하기로 했다. 3상의 경우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해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우 대표는 "(3상은)1만명 이상에 5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 지원금이나 현지 파트너사와의 임상 비용 분담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했다. 동석한 홍성준 부사장은 "제넥신이 투자 중인 상장기업 지분이 8000억원 정도"라며 필요에 따라 상장기업 지분 처분을 통해 자금 마련할 수도 있음을 알렸다.

1500억~2000억원을 투입, 3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3상 진행하겠다는 제넥신 측 당초 계획보다 임상 규모 및 비용이 훨씬 줄어든 셈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백신 승인을 위해 3상 임상시험 참여자 3만명 이상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도 1만명은 기준 미달이다.

제넥신은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1200억원 규모의 CB 발행을 단념한 뒤 GX-19N 임상 포기에 대한 목소리를 적지 않게 들었다. GX-19N은 화이자, 모더나처럼 mRNA 방식이 아니라 T세포 기반의 DNA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는데 국내 1상 및 2a상에서 중화항체(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 돌기인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하여 감염력과 독성을 없애는 물질) 생성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로부터 백신 개발 성공 확률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는 "자체 자금을 통해 대규모 임상 3상을 진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으로 연결됐다.

다만 제넥신은 DNA 백신이 변이바이러스 시대에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여전히 믿는 눈치다. T세포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를 막지는 못하지만,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감염 세포를 제거해 몸 속으로 퍼지지 못하게 하는 역할은 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우 대표는 "하나의 백신으로 여러 변이체 방어능력을 갖는 백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오계 관계자는 "제넥신이 GX-19N의 가능성은 살리고 임상 비용은 줄이면서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것도 방지하기 위해 임상을 나눠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며 "DNA 백신을 만드는 인도 기업 자이더스가 자국 정부에 1일 긴급사용신청을 하면서 DNA 백신이 향후 조명 받을 가능성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제넥신 관계자는 "최대한 해보겠지만 3상 (초기)결과 도출에 실패하면 GX-19N은 접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