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후 상장, 너무 잦은 거 아닌가요
'모회사 디스카운트' 사례 급증…국내 시장 매력 떨어질라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6일 07시 5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정혜인 기자] "사업 분사 소식에 내 주식 떨어졌어."


요즘 주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런 이야기가 빈번하게 들려 온다. 지난해 물적분할 후 기업공개(IPO) 소식을 전한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에 이어, 얼마 전에는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부 분사 후 상장을 공식화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업종, 규모에 상관없이 핵심사업이나 미래사업을 물적분할 하는 일이 잦아졌다. 지난달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부문을 100% 자회사로 물적분할 하겠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지난 4월에는 하이브(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BTS가 소속된 '빅히트 뮤직'을 물적분할 하겠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 IT 서비스 업체 케어랩스 역시 성형외과 정보 어플리케이션 '바비톡'과 데이팅 어플 '당연시'를 하나의 사업부로 묶어 100% 자회사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투자자들은 믿었던 주식이 뒤통수를 쳤다고 표현한다. 미래 가치를 보고 주식에 투자하는데, 신사업이 자리잡을 만 하면 물적분할 소식을 발표해 주가가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LG화학은 72만원 수준에서 거래되던 주가가 발표 후 며칠 새 61만원까지 떨어졌다. SK이노베이션은 발표 당일 주가가 전일대비 8.8% 하락 마감했으며, 만도는 발표 다음 날 주가가 전일대비 11% 하락했다.



일반 투자자들이 진짜 우려하는 건 신설법인이 IPO에 나서는 것이다. 떨어져 나간 핵심사업부가 100% 자회사로 남는데 그치면, 모회사 연결 실적에 100% 반영돼 분할 전과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하지만 신설법인이 상장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질 사업을 영위하는 곳은 하나인데,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반 증시에 상장하면서 '더블 카운팅(중복 계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지분의 가치는 떨어지는 '모회사 디스카운트(할인)'이 생겨난다.


기업 입장에서는 '물적분할 후 상장'은 좋은 선택지다. 갖고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로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고, 조달한 자금을 희석 없이 특정 목적에만 사용할 수 있으며,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도 있다. 모회사 주가가 단기간에는 분사 이슈로 떨어지더라도, 기업의 역량에 따라 다시 오르는 곳도 더러 있었다. 앞서 언급한 회사들이 모두 IPO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어쩌면 물적분할만으로 비난하기는 섣부를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는 피해가 가는 방식임은 분명하다. 일부 기업들을 대상으로 분할을 취소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올 정도다. 과거에 이런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거래소에서 '물적분할 신설법인의 상장 심사'가 비교적 수월하게 이뤄지고 있어 최근 들어 사례가 급증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나친 부분에 대해서는 약간의 제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투자자들이 '모회사 디스카운트'를 너무 자주 겪는다면, 이는 국내 주식시장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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