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호황기, 금감원 간섭 '유감'
몸값 '거품'? 투심 외면 속 자멸 수순…예고 없는 신고서 정정 피해 우려, 소통 '필요'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7일 08시 3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전경진 기자] 'IPO 흥행 실패, 공모 철회'. 올해는 찾아보기 힘든 기사 제목이다. 이제는 공모주 시장에서 청약 경쟁률 신기록 경신 뉴스가 더 익숙하다. 하지만 호기롭게 상장을 추진했다가 투자자들의 외면 속에서 기업공개(IPO)에 실패한 기업 사례는 수두룩하다. 중소·중견 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들까지 'IPO 흑역사'를 써내려왔다. 


2016년 두산밥캣, 2018년 SK루브리컨츠 등이 대표적이다. SK실트론(구 LG실트론)의 경우 한국 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사전 시장 수요조사에서 냉랭한 투자심리(투심)를 확인, 공모를 스스로 포기했었다. 


오랜 전 과거 이야기같지만 사실 지난해 하반기에도 IPO 실패는 빈번했다. 선박부품업체 파나시아, 분자진단기업 퀀타매트릭스 등이 IPO 과정에서 공모가 희망밴드 하단을 밑도는 공모가로 몸값을 책정받는 부침을 겪었다. 자연히 이들 기업들은 공모 철회 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을 보류했다.


정말이지 국내 공모주 투자자들은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투자자들은 조금이라도 IPO 기업 '몸값'에 거품이 있다고 생각하면 외면하고 철퇴(청약 불참)를 내린다. IPO 실무자들이 시장 투심을 두려워하는 이유다. 그래서 늘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적정 기업가치를 파악하려고 분주하다. 판단 '미스(miss)'가 발생할 경우 1~2년 IPO 준비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땡전(수수료)' 한푼 받지 못하는 탓이다. 경우에 따라서 기업으로부터 IPO 주관 계약 해지 통보, 시장 평판 저하 등의 후폭풍까지 경험한다.



하지만 증권사들과 달리 금융감독원은 시장과 투자자들을 미숙한 존재로 여기는 것 같다. 기업가치에 대해 판단조차 제대로 못 내릴 거라고 지레짐작한다. 최근 선제적으로 기업에게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고 IPO를 잇달아 중지시키는 일이 늘고 있다. 표면상은 신고서 내용 보충이지만, 실상은 몸값 산정 적정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인식이다. 투자자들이 청약 과정에서 기업의 몸값 적정성을 평가하기 전에 금감원이 앞서서 판단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금감원의 행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드러졌다. 처음에는 '적자' 상태에서 IPO를 추진하는 기업들의 상장에 제동을 걸었다. 검증이 좀 더 필요하기 때문에 증권신고서를 보완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최근 SD바이오센서, 크래프톤 등 연 순이익 규모가 5000억원을 상회하는 우량 기업들조차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및 IPO 일정 연기(증권신고서 효력발생 재기산) 요구를 받고 있다.


금감원 입장이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IPO 투자 '광풍'이 불면서 생애 처음으로 공모주 투자에 나서는 개인들도 급증했다. 대어급 IPO를 앞두고는 증권사 계좌 신규 개설 요구가 빗발친다. 공모주 투자 위험 '환기' 차원에서라도 금감원의 신고서 내용 보충 및 정정 제출 요구는 있을 수 있다.


문제는 디테일이다. IPO 기업과의 사전 소통면에서 세심함이 부족하다. 최근 SD바이오센서, 크래프톤 사례를 보면 기관 수요예측일을 하루(1영업일) 앞두고 '신고서 정정 요구' 공시가 나왔다. 시장 및 투자자 혼선 뿐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도 난감하다.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된 탓이다. 중장기 사업 계획 하에서 IPO 추진 및 자금 조달 일정을 짜는데, 차질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그간 금감원의 뒤늦은 정정 신고서 요구로 공모 '적기'를 놓치고 IPO 흥행에 실패한 기업도 더러 있었다. 


현재 기업과 주관사단은 금감원 '리스크'를 항상 고려한다고 한다. IPO 과정에서 신고서 정정 요구를 한번 쯤 받는 것은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우량 기업의 잇단 상장 추진에 IPO 호황기가 지속되고 있지만, '예측 불가능성' 속에 상장을 포기하거나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 소식도 들린다. 투자 '광풍' 속 피해를 우려한 금감원의 선의의 행동이 IPO 호황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는 지나칠까. 적어도 금감원이 IPO 기업들과 사전 소통을 하려는 노력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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