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과 김범석의 시간
내실 없는 명성 오래가지 못해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8일 08시 0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김범석 쿠팡Inc 대표


[팍스넷뉴스 이호정 산업3부장] # 국내 대기업 오너 중 근래 세간의 입방아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인물을 꼽자면 단연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아닐까 싶다. 이베이코리아와 W컨셉 등 굵직한 인수합병을 연달아 성공시킨 것도 이유지만, 본인의 소셜미디어(SNS)에 특정인을 떠올리게 만드는 '미안하다, 고맙다' 시리즈를 연이어 올리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까닭이다.


사실 정 부회장은 앞서부터 MZ세대에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SNS 세계에서 만큼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려왔다. 재벌 같지 않은 소탈함과 허술한 모습을 SNS를 통해 가감 없이 보여주는 동시에 '공답요정(댓글에 공개답변 하는 요정)'이란 별명을 얻을 만큼 소비자와 소통에 앞장서 온 결과다. 그가 노브랜드나 피코크 제품을 SNS에 올릴 때마다 완판되고 있는 것 역시 소통의 결과물로 판단된다. 어찌 보면 정 부회장이 누구보다 영리하게 SNS를 홍보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 쿠팡의 창업주 김범석 쿠팡Inc 대표도 최근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인사다. 올 상반기 온탕과 냉탕을 오가고 있어서다. 실제 김 의장은 '쿠팡맨+로켓배송'이란 발상전환 아이디어로 창업 10년 만에 쿠팡을 뉴욕증시에 상장시키며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총아가 됐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덕평물류센터 화재사고가 발생했고, 공교롭게 이날 김 대표가 한국법인 의장과 등기이사 자리에서 사임하면서 지금껏 '중대재해처벌법' 책임회피 꼼수 논란에 뭇매를 맞고 있다.



2014년까지만 해도 여느 젊은 스타트업 대표가 그렇듯 김 대표 역시 미디어에 종종 얼굴을 드러냈으나, 2015년 하반기부터 돌연 종적을 감췄다. 같은 해 개최했던 기자간담회에서 직원의 사망사고를 두고 집중포화를 맞으면서 스스로 자물쇠를 걸어 잠근 게 아닌가 싶다. 중학교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그곳에서 고등교육을 마친 그의 입장에선 '지병에 따른 사망'이란 논리적 해명에도 들끓는 한국민들의 민심을 이해 못했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 정용진 부회장의 SNS 논란과 쿠팡의 덕평물류센터 화재사고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사안은 아니다. 다만 누군가에게 고통스런 기억이란 점에서 놓고 보면 정 부회장 역시 얼렁뚱땅 넘어갈 게 아닌 책임의식을 가질 필요성이 있다. 더불어 덕평물류센터 화재사고에서 보여준 쿠팡의 행보는 이전과 달리 적극적이고 빨랐지만, 김범석 대표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김 대표가 5년이란 시간 동안 한국민의 민심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다면 소방대장의 빈소만 찾을 게 아닌 사과문도 직접 발표하는 게 옳은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CEO는 외부에 기업을 알리고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는 주역이다. 그러나 내실이 없는 명성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한때 크라이슬러(Chrysler)를 위기에서 구출했으나 TV 출연과 자서전 출간 등 대외 활동에 너무 주력한 결과 회사 주가를 30%나 떨어트린 미국 자동차 전설인 아이아코카, 회사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모든 상황 판단과 전략적 결정을 내렸던 오브리 매클렌던 전 체서피크에너지 CEO가 주는 교훈을 정용진 부회장과 김범석 대표가 되새겨봐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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