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로 위장한 명품 소비
명품 브랜드 잇따른 가격 인상에 '샤테크' 등장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3일 07시 5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엄주연 기자] "사넬은 하늘이 점지해 준다"는 말이 있다. 돈과 시간이 충분해도 마음대로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탓에 새벽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서는 '오픈런'을 해도 허탕을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하는 제품을 갖기 위해서는 노력은 물론 운도 따라줘야 한다. 상황이 이러니 구매에 성공했다는 사실만으로 여기저기서 축하를 받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을 보상받기 위해서일까. 어느샌가 '샤테크(샤넬+재테크)'란 용어가 생겨났다. 사실 명품 소비가 재테크란 단어와 함께 사용된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명품을 즐기는 여성을 '~녀'라고 부르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명품을 소비하는 연령층이 낮아지고 대중화되면서 투자라는 개념이 자리잡게 된 것이다. 


투자가 명품까지 확장된 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보복소비 영향도 있겠지만, 샤넬을 포함한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도 한몫 했다. 샤넬이 매년 가격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중고로 팔아도 구입한 가격보다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가 작용한 것이다. "샤넬은 지금 사는 게 가장 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명품은 일단 사 놓기만 하면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돈을 벌 수 있는 주식 같은 존재가 됐다. 



그렇지만 실상은 다르다. 명품 소비를 재테크로 연결짓는 것은 자칫 과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명품 소비를 중고차 시세와 비교한다. 재테크는 구입 가격보다 더 높게 가격이 책정돼야 되지만, 가방 등 재화는 구입하는 즉시 가격이 떨어진다. 샤넬 같은 고가 명품의 경우, 상대적으로 감가상각이 낮은 편이지만 구매 당시의 가격대를 기준으로 중고 가격이 매겨지기 때문에 판매가보다 비싼 값으로 되파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간과해서는 안되는 사실도 있다. 명품을 재테크로 인식해 소비를 부추기는 분위기가 오히려 가격 인상을 초래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샤넬은 7월부터 클래식백을 포함한 일부 제품 가격을 14%까지 인상한 것을 포함해 올해만 두 차례 가격을 올렸다. 샤넬에 이어 디올과 까르띠에, 불가리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며 유독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만 가격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소비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갑질 행태도 계속되고 있다. 샤넬은 7월부터 부티크 경험 보호정책에 따라 '판매유보고객'에게 서비스 제공을 거부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했다. 샤넬 제품을 사기 위해서는 매장 입장 시 반드시 본인 명의로 대기열 등록을 해야 하며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어 구매제한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생각해 보면, 재테크를 위해 샤넬백을 사는 일반인(업자 제외)은 거의 없다. 샤넬백 구매를 합리화하기 위해 명품 소비를 재테크로 연결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명품 소비를 무조건 '~녀'로 규정하고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과소비와 재테크는 구분해야 한다. 명품백을 사고 싶은 과시욕을 재테크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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