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의 능력엔 '콜옵션'이 없다
유유제약 유원상·경동제약 류기성, 닮은꼴 단독대표…실력으로 입증해야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3일 07시 5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원상 사장, 류기성 부회장(왼쪽부터)


[팍스넷뉴스 김현기 차장] 최근 제약계에선 40대 오너가 인사 두 명이 비슷한 방식으로 경영권을 물려받아 시선을 모으고 있다. 한 명은 유유제약 오너가 3세 유원상(47) 사장이고, 다른 한 명은 경동제약 오너가 2세 류기성(39) 부회장이다.


유 사장은 지난 2019년 3월 유유제약 각자대표 중 한 명이었던 최인석 전 사장이 물러나면서 대표이사로 승진, 아버지 유승필 회장과 각자대표로 '부자 경영'을 시작했다. 이어 2년이 흐른 지난 5월 단독대표로 자리매김했다. 류 부회장은 29살이던 2011년 경동제약 각자대표에 오른 뒤 2017년 남기철 각자대표가 임기 만료로 물러나면서 3인 체제를 마무리, 아버지 류덕희 회장과 역시 '부자 경영'에 돌입했다. 지난 달 류 회장 퇴임에 따라 단독대표가 됐다.


둘은 지분 승계 과정에서도 닮은 점을 드러낸다. 눈에 띄는 것은 2010년대 중후반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콜옵션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유 사장은 지난해 11월 제28회차 전환사채(CB)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했는데 이를 통해 종전 11.32%였던 지분율이 13.33%로 2%p 이상 뛰었고, 최대주주로서의 입지가 탄탄해졌다. 유 사장은 콜옵션 행사 전엔 아버지보다 불과 0.01% 많았다. 류 부회장의 지분 승계 과정에서도 콜옵션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류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제4회차 CB 콜옵션 권리행사를 통해 신주 168만7508주를 획득, 지분율을 종전 13.94%에서 19.08%로 확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아버지는 물론 오너가 다른 이들과의 지분 격차를 크게 벌리며 지배력을 키웠다.



CB 콜옵션은 오너가의 지분 확대 '꼼수'로 비판 받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콜옵션 행사한도 제한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유 사장과 류 부회장은 금융당국의 규제 움직임이 있기 전 콜옵션을 요긴하게 활용했다. 유유제약은 지난달에도 300억원 규모의 '제로금리(이자율 0%)' CB를 발행하면서 CB의 50%까지 콜옵션을 부여했다. 유 사장의 지분율이 콜옵션을 통해 향후 더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이렇듯 유 사장과 류 부회장은 아버지 아래서 비교적 안정적인 경영 수업을 쌓았고, 늦지 않은 나이에 나란히 단독 대표로 올라섰다. 그 과정에서 둘은 증여는 물론 콜옵션이라는 재테크 기법까지 활용해 지배력을 무난하게 넓혔다. 지분 가치 증대에 도움이 되는 무상증자(유 사장), 세금 납부를 용이하게 하는 고배당(류 부회장)도 이뤄졌다.


다만 두 젊은 경영자의 행보가 앞으로도 순탄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단독대표에 오른 지금부터가 유 사장, 류 부회장의 본격적인 경영 능력을 점검할 수 있는 시기라는 제약계 분석이 뒤따르고 있어서다. 유유제약의 경우, 매출액은 2018년 831억원에서 2019년 909억원, 지난해 981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으나 영업이익 및 순이익은 50억원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류 부회장 역시 전년 대비 22.8% 떨어진 지난해 경동제약의 영업이익을 회복시키는 것은 물론, 지난해 순손실 기록한 자회사들의 경영까지 정상궤도에 올려놔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유유제약과 경동제약은 최근 신약개발과 코로나19 관련 치료제 및 진단키트 사업 추진, 브랜드 통합 등의 여러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사장과 류 부회장의 단독대표 출범에 발맞춰 재도약을 도모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플랜과 구호는 어느 기업이나 내놓을 수 있고, 이제는 두 경영자가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조금씩 발휘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유 사장은 미국의 명문 컬럼비아대학에서 MBA를 취득한 뒤 유유제약에서 차근차근 경영자 수업을 받았다. 류 부회장은 대표이사가 된지 어느 덧 10년이다.


제약회사들의 판도가 해마다 변하는 가운데 두 회사는 30위권(매출액 기준) 밖 중위권 혹은 중하위권 기업으로 밀려난지 오래됐다. 그 만큼 유 사장과 류 부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경영자의 능력엔 콜옵션과 같은 수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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