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혜인 기자] OCI가 지난해 단행한 사업 구조조정을 두고 수요예측에 실패한 '엇박자 경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등하면서 최적의 경영 환경을 맞았는데, 지난해 생산능력(생산캐파)을 60% 넘게 줄인 탓에 이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kg당 5달러 근처까지 떨어졌던 고순도 폴리실리콘 가격이 최근 27~29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태양광 전지는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 순서로 생산되는데, 글로벌 업체의 공격적인 증설로 웨이퍼 공급이 급증한 반면, 소재인 폴리실리콘은 구조조정으로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급격히 치솟았다.
유럽, 미국 등 태양광 관련 업체들이 중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점도 호재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중국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문제 삼으면서 미국 태양광 관련 업체들이 신장 지역에서 생산하는 폴리실리콘을 불매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미국과 더불어 유럽연합(EU) 역시 중국 업체 전체에 대한 불매운동(보이콧)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중국 업체를 제외하면 폴리실리콘 공급 기업은 우리나라의 OCI, 독일의 바커, 미국의 헴록 정도만 남는다.
문제는 OCI가 이같은 호재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OCI는 지난해 국내에서 영위하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사업을 접었다. 중국과 공급물량·가격 측면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었다. 군산공장 3개 라인 중 2개 라인을 철수하고 1개 라인은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라인으로 교체했다.
이로 인해 현재 OCI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캐파는 2019년과 비교해 60% 넘게 줄었다. 2019년까지 OCI는 국내 5만2000톤, 말레이시아 생산법인 2만7000톤으로 총 7만9000톤의 연간 생산량을 갖고 있었다. 이 중 군산 공장에 위치한 국내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사업을 철수하면서 말레이시아 법인에서만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법인의 현재 생산능력은 3만톤이다.
아울러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의 본거지를 말레이시아로 옮겼지만 아직까지 증설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아쉬운 부분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까지 발표한 말레이시아 설비 증설 계획은 공정 개선을 통한 5000톤 규모가 전부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의 적자를 딛고 올해부터 베이직케미칼(폴리실리콘·과산화수소 사업) 부문이 영업이익률 20~30%를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이같은 수요를 예측하지 못하고 지난해 캐파를 크게 줄인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증설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OCI 관계자는 "국내에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설비를 다시 가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폴리실리콘 업황이 다시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해당 설비를 말레이시아로 이전하는 방안 등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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