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갑질의 종말
상장·상장폐지·상장수수료·브로커 문제까지...불투명한 사업 폐단 드러나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4일 08시 2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김가영 기자] 지난 4년간 국내 가상자상 시장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 있다면 그 중 하나는 2018년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의 '가상자산 거래소 폐쇄' 발언, 나머지 하나는 2021년 업비트의 코인 대규모 유의종목 지정일 것이다. 지금까지 가상자산 시장은 거래소가 '갑', 코인 발행업체는 철저한 '을'로 여겨졌다. 업비트 유의종목 지정 건은 거래소의 갑질이 최종적인 형태로 드러난 사건이다.


지난 6월 업비트는 원화마켓에서 거래되던 코인 5종에 대해 거래 지원을 종료하고, 25종은 거래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코인 중 24개는 일주일 후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당시 업비트에서는 약 180종의 코인이 거래됐기 때문에 전체 코인의 약 16% 정도가 한꺼번에 원화마켓에서 제거된 것이다.


시장의 충격은 컸다.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코인은 순식간에 시세가 70% 이상 하락했고, 해당 코인들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은 대비할 틈도 없이 큰 손실을 봤다. 코인 발행사 또한 코인을 거래할 수 있는 곳이 사라지고 보유한 코인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태가 됐다.



이전까지 업비트 상장 코인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높은 편이었다. 업비트는 하루 최대 수십조원이 거래되는 명실상부 국내 1위 거래소이기 때문에 상장 시 철저히 심사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업비트의 대규모 상장폐지가 무책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업비트가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업비트의 상장폐지 결정 후 타 중소형 거래소들 또한 너도나도 대규모 상장폐지를 실시했다.


사실, 거래소와 블록체인 서비스 업체는 협력관계다. 거래소는 좋은 서비스와 기술력을 가진 코인을 선별해 상장하고 투자자들을 끌어모아 거래량을 높인다. 블록체인 서비스 업체는 코인을 발행한 후 상장을 통해 코인의 가치를 높여 서비스를 성장시킬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 거래소들은 코인 발행사와의 관계에서 갑으로 군림했다. 상장부터 상장유지, 상장폐지까지의 전 과정을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거래소들은 상장수수료, 마케팅비 등의 명목으로 코인 발행사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어떤 거래소는 자체적으로 브로커 업체를 운영하면서 상장수수료 외에 중개수수료까지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수수료는 대부분 코인으로 지불되기 때문에 매출액으로 잡히지 않고, 얼마나 주고 받았는지 파악조차 하기 어렵다.


국내에서 유독 거래소가 가상자산 시장을 좌지우지할 권력을 쥐게 된 데는 그동안 정부가 가상자산 거래를 '사행성 산업'으로 치부한 탓이 크다. 코인 발행이나 상장, 상장폐지, 상장수수료 등에 대한 기준이나 규제가 없고, 감시하는 기관도 없어 거래소들이 4년 가까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셈이다. 코인 발행사와의 협의 없이 상장폐지를 한 것도 이러한 권력을 쥔 거래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가상자산 사업자 심사가 마감되는 9월 말을 기점으로 거래소의 갑질은 제재로 끝날 전망이다. 현행법상으로는 거래소가 임의로 코인을 상장 폐지하더라도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거래소를 관리 및 감독하도록 결정됐고, 사업자 인가 후에는 어느 정도 공식화된 상장과 상장폐지 기준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코인에 대한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지겠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전망이 확보되는 셈이다.


최근 만난 블록체인 서비스 업체들은 어느 날 갑자기 상장폐지 타깃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드러냈다. 상장폐지는 블록체인 업체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가상자산 시장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폐단을 뿌리뽑고 거래소 사업이 더욱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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