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아 기자] 임기 반환점을 돈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사진)이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위해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이 빠른 시일 내에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15일 온라인 하계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올 초부터 국회에서는 저조한 퇴직연금의 수익률 개선을 위해 디폴트옵션 도입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원리금보장상품 포함 여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수익률 제고라는 본래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원리금보장상품도 디폴트옵션 상품 유형에 포함한 법안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통과시켜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또한 "퇴직연금을 유치만 하고 가입자에 대한 사후 서비스는 나 몰라라 하는 시장 구조도 맞춤형 서비스와 우수한 상품으로 경쟁하는 구조로 바뀔 것"이라며 "수익률 경쟁에서 뒤쳐진 퇴직연금사업자들은 가입자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해 초 도입된 투자중개형 ISA 도입에도 힘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투자중개형 ISA는 투자와 절세 혜택이 맞물리면서 가입자 수가 출시 4개월여 만에 80만 계좌를 넘어서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ISA는 2016년 중산층 재산 형성 지원을 위해 도입된 세제혜택 상품이지만 미미한 세제유인과 예적금 중심의 운용으로 인한 낮은 수익률로 가입 실적이 당초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

나 회장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혁신기업의 성장 지원에 활용하려면 획기적인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며 "금융투자상품 전용 비과세 상품인 투자형ISA를 도입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의 부동산간접투자 기회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협회는 리츠지원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하반기에 공모·상장리츠의 활성화를 위한 규제 및 세제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최근 업계 화두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지원책도 발표했다. 기후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녹색채권, 녹색펀드 등 녹색·기후금융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ESG정보 공시, 녹색분류체계, 평가기준 등 투자자 친화적인 ESG투자 인프라 정비에도 힘을 보탤 것을 다짐했다.

협회와 미래에셋·NH·한투·삼성·KB·키움 등 6개 증권사가 지난 3월부터 진행 중인 대체거래소(ATS) 설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ATS 설립은 2013년 법적 근거가 마련된 후 업계에서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지만 거래량 등 수익성 우려가 있었다. 지난해부터 증시 활황으로 이런 우려가 걷히며 논의가 본격화됐다. 6개 증권사와 협회는 지난 3월부터 ATS 설립에 대한 컨설팅 용역을 진행 중이며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외 지난해 시장에 새로 유입된 동학개미를 위한 투자자 교육 시스템도 마련했다. 오는 10월부터 MZ세대를 비롯한 새내기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을 접목한 '금융투자 TEST'를 오픈 할 예정이다.

나재철 회장은 "업계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ESG협의체를 구성하고 세미나 개최, 교육용 콘텐츠 제공, 정책 건의 등 투자자 친화적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 중이며, 컨설팅 결과가 나오면 증권회사와 함께 ATS 설립 여부를 논의하고 지원할 계획"이라며 "이렇게 되면 시장 인프라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뿐더러 투자자 친화적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투자 행태를 변화시키고 건전한 투자문화를 조성하는 교육 플랫폼이 될 것으로 확신하며 국민 모두에게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