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은둔형 경영자'로 알려진 권오일 대명화학 회장의 야망이 빛을 발하고 있다. 코웰패션 인수로 패션업에 진출한 이후 로젠택배까지 품에 안으면서 업계 '큰손'으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명화학은 자회사 코웰패션을 통해 로젠택배의 최대 주주 베어링PEA로부터 로젠택배 지분 100%를 3400억원에 취득키로 했다.
이에 따라 대명화학은 기존의 전자와 화학, 부동산 사업 부문은 물론 코웰패션과 패션플러스, 모다아울렛 등 의류 패션 사업에 이어 물류사업까지 거느리게 됐다. 제조에서 유통망까지 이르는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명화학의 그간 행보를 고려하면 로젠택배를 통해 다른 신사업까지 넘보려고 할 것"이라며 "이번 로젠택배 인수로 권오일 회장은 숨겨진 패션업계 재벌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재계의 시선은 권오일 회장에게 쏠려 있다. 권 회장은 재계에서 '얼굴없는 투자자', '인수합병 전문가'로 불린다. 언론이나 대중에 노출을 꺼리는 한편, 경영전면에 나서는 대신 투자나 인수합병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서다.
권 회장은 회계사 출신으로 사업분야가 관련 있거나 시너지가 기대되는 기업들을 줄줄이 인수해왔다. 초기 홈쇼핑 기업에 투자해 사업자금을 마련했고 2000년대 들어 창업투자회사 케이아이지(현 대명화학)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권 회장은 2006년 필코전자, 2009년 모다이노칩, 2010년 모다아울렛, 2015년 코웰패션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특히 코웰패션 인수를 통해 본격적인 패션사업 영역에 뛰어든 점이 눈에 띈다. 코웰패션은 권 회장의 안배아래 미래가 유망하거나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진행했다.
권 회장은 코웰패션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했다. 필코전자와의 인수합병을 통해 패션기업인 코웰패션을 상장시키는 한편 친환경차 부품사업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패션사업 자체가 내수 중심이다 보니 성장의 한계가 있던 점을 친환경차 부품사업으로 상쇄시킨 것이다. 이번 로젠택배 인수를 통해 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했다는 부분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로서도 여전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권 회장은 성장가능성이 큰 브랜드나 회사에 크고 작은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LMC, 라이풀을 전개하고 있는 레이어와 키르시, 비바스튜디오, 오아이스튜디오 등 캐주얼 베이스 브랜드가 대표적이며, 최근에는 여성브랜드, 온라인 패션브랜드에도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명화학이 투자한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나 브랜드만 수백여곳에 이를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권 회장은 인수합병 외에도 투자자로서도 유명하다. 한때 유망 패션브랜드를 무신사가 발굴하고 권 회장이 키운다는 말도 돌았을 정도"며 "언론이나 대중에 노출을 꺼리면서 직원들도 얼굴을 모르지만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는 타입으로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