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신라젠이 재무적 투자자(FI)를 통해 400억원의 추가 유증을 한 것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거래정지 직전 주가의 25% 수준으로 유증가를 결정고 보호예수 기간도 1년이어서다. 그러나 신라젠 측은 이번 유증 조건이 거래정지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을 늘리기 위한 합리적 방안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16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은 4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 배정 대상자는 뉴신라젠투자조합1호이며, 기관투자가들이 출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발행가액은 주당 3200원이며 납입일은 오는 8월31일이다.

신라젠은 지난해 11월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 회의에서 개선기간 1년을 부여받은 뒤 거래재개를 위해 새 주인을 찾아 나섰다. 지난 5월 김승연 한화그룹의 처남 서홍민씨가 대표로 있는 코스닥 기업 엠투엔이 신라젠 인수 의향을 밝혔다. 엠투엔은 신라젠이 실시한 6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증(주당 3200원)에 참여했다. 지난 15일 납입을 완료하면서 새로운 최대주주(지분율 20.75%)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FI가 400억원 규모 유증을 최대주주인 엠투엔과 같은 수준인 주당 3200원에 참여하게 됐다. 지난해까지 신라젠 지분의 92.51%를 떠받치고 있던 소액주주들 입장에선 이의를 제기할 만하다. 신라젠은 지난해 5월4일 종가 1만2100원을 기록한 뒤 문은상 전 대표이사 등 임원진의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따라 1년 2개월 넘게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앞서 엠투엔은 신라젠을 인수하면서 신주의 보호예수 기간을 3년으로 설정, 기존주주들의 신뢰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400억원 규모 유증은 보호예수 기간이 1년이다. 일부 주주들은 이 점을 지적한다. 신라젠이 개선기간 만료일인 오는 11월30일 혹은 그 이전에 거래를 재개할 경우 기존 주주 가치 훼손이 이른 시간 안에 우려되기 때문이다. "거래재개 직후 주주배정 유증을 해도 400억원을 충분히 모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일부 주주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신라젠 측은 거래재개 이전에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 3월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이 174억원인 상황에서 엠투엔 유증자금 600억원이 유입되더라도 경영 정상화 시그널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신라젠의 메인 파이프라인인 펙사벡 임상자금으로 향후 2년간 500억원이 들 전망"이라며 "그렇다면 거래소는 임상자금이 빠듯하다는 점을 들어 거래재개에 회의적인 시각을 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유증 조건 등을 따지는 것보다는 일단 거래재개를 위해 자본을 최대한 확충하는 것이 신라젠에 바람직하다는 논리다.

지난 2016년 기술특례로 입성한 신라젠이 상장 5년이 경과하는 내년부터 매출액 30억원 이상을 기록해야 관리종목을 면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유증 배경 중 하나다. 이미 여러 바이오기업들이 매출액 30억원 조건을 맞추기 위해 다른 기업을 인수하거나 신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신라젠도 지금부터 거래재개를 가정하고 이를 대비할 수밖에 없다.

신라젠 관계자는 "FI가 유증 참여를 할 경우, 보호예수 기간이 통상 1년이어서 일단 그렇게 설정했다. 향후 금융당국이 문제 제기를 하면 보호예수 기간은 늘어날 수 있다"며 "뉴신라젠투자조합1호의 최대주주 등 일부 정보가 공개되면 기존 주주들도 이번 400억원 규모의 유증을 납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