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부동산 비히클(Vehecle‧투자수단)로 촉망받으면서 대형 운용사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69조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리츠 시장을 새 먹거리로 점찍고 사업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일찍이 리츠 AMC(자산관리회사) 라이선스를 획득한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운용)이 트랙레코드(운용실적)를 쌓아가고 가운데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이 후발주자로 나섰다. 

AUM(총자산규모)기준 국내 탑5 운용사 가운데 리츠 사업에 두각을 보이는 곳은 미래에셋운용이다. 미래에셋운용은 2018년 8월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츠 AMC 본인가를 획득해 이미 상장 리츠를 선보였다. 지난해 2월 수원 광교센트럴푸르지오시티 상업시설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1호리츠' 인가를 받고, 6개월 뒤 이를 증시에 데뷔시켰다. GS리테일을 주요 임차인으로 두고 있는 해당 리츠는 최근 1년(2020년 2월~2021년 2월)간 107억원의 영업수익과 63억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였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부동산 펀드가 사모 위주이다 보니 일반 투자자의 참여가 쉽지 않았다"며 "투자자 저변 확대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리츠 AMC 라이선스를 취득했다"고 말했다.

1호 리츠를 안착시킨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과 스페인 부동산에 투자하는 '미래에셋글로벌위탁관리리츠'(이하 글로벌리츠)를 오는 11월 상장 시킨다는 계획이다. 글로벌리츠는 자회사 설립을 통해 총 6개의 해외 물류센터에 투자한다. 모(母)리츠인 글로벌리츠가 미국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물류센터를, 자(子)리츠인 '미래에셋글로벌제1호리츠'(이하 글로벌1호)가 미국 플로리다주와 텍사스주에 설립된 물류센터 두 곳을 사들인다.

또 글로벌 1호는 스페인의 물류센터 3곳도 인수한다. 스페인의 경우 중간에 SPC(특수목적법인)을 끼고 소유하게 되는데, 이는 현지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원활하게 받기 위함이다. 즉 글로벌리츠→ 글로벌 1호→ SPC→ 물류센터로 이어지는 지분 구도가 형성되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리츠는) 오는 11월 상장을 앞두고 현재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밟고 있으며, 이를 통해 600억~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뒤이어 리츠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KB자산운용은 아직 사업을 본 궤도에 올리기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리츠 AMC 영업인가를 받았지만 아직 첫 리츠를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조직이 안정화 되지 못한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리츠 AMC 본인가를 받고 얼마 안가 리츠운용실 내에 인력 이탈이 발생했다. 이후 추가 채용에 나서 최근에서야 인가요건인 5인 체제를 갖췄다. KB자산운용은 리츠운용실 산하에 리츠투자팀과 리츠운용팀을 두고 있다.

인력 보강을 마친 KB자산운용은 첫 리츠를 선보이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올해 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신도림 센터포인트웨스트에 투자할 리츠를 기획 중"이라며 "센터포인트웨스트는 세부조건 등 협의가 모두 완료돼 원활하게 딜이 클로징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리츠 AMC 예비인가를 받은 한화자산운용은 현재 본인가를 받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부동산투자회사법 제22조의3에서는 예비인가 획득 후 3개월 이내에 설립인가 신청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시장 신뢰도가 떨어졌던 리츠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사업성이 커짐에 따라 리츠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며 "리츠 AMC 심사요건을 충실히 이행해 설립인가를 받는 데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 1위 운용사 삼성자산운용은 그룹 계열사인 삼성SRA자산운용에서 리츠를 전담하고 있으며, 신한자산운용 역시 금융지주가 100% 출자한 관계사 신한리츠운용이 관련 사업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