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와 금융회사 자기책임
일상이 된 투자…투자자 자기책임 넘어 금융회사 수탁자 책임 등 규율 강화해야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0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이현중 편집국장] 한껏 달아오른 투자시장은 자본을 향한 욕망의 도가니가 된 듯하다.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지 말고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 '노동이 아닌 자본이 일을 하는 구조를 만들어라'. 개미 투자자의 선봉장(?)으로 추앙받는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어록 중 일부다. 토마 피게티(Thomas Piketty) 또한 '21세기 자본'에서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노동이 돈을 버는 속도를 넘어선다고 하니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역설했다간 세상 변화에 역행한다며 꼰대소리 듣기 십상이다.


얼마 전 만난 선배가 전한 말이다. 미국 유수의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대기업에 취업해 직장인 3년 차인 20대 후반의 아들이 어느 날 심각한 표정으로 3년치 연봉 금액을 빌려 달라고 했단다. 얘기를 들어보니 직장이 튼튼하고 유망한 업종이라 금융회사에서 1억 정도 신용으로 빌릴 수 있고, 몇 해 동안 모은 자금을 보태면 전세를 끼고 강남 주변부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한다. 부족분을 아버지가 융통해달라는 얘기인데 장가갈 때 지원 받을 자금을 미리 선불로 받고 차용증을 쓰자고 했다고 전했다. 직장 동년배들이 매일 같이 하는 얘기가 부동산 투자의 무용담 뿐이라는 말도 덧붙이면서.


20~30대 MZ세대의 투자를 놓고 성실한 일의 가치를 모른다거나 무모하게 덤벼들었다 뒷감당을 어떻게 할 거냐 등 훈계는 아버지 세대의 지적질 밖에 되지 않는다. 돈을 더 벌려면 일을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들에게 먹혀들지 않는다. 일을 더 하는 대신 손실의 위험을 감수하고 노동소득으로는 엄두도 못내는 큰 돈을 벌 수 있는 투자를 선택한다.


가계의 금융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주식투자 규모는 사상 최대다. 돈이 일을 하게 하는 자산 및 배당 소득에 대한 욕망이 뜨겁다. 4~5%정도의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투자수요가 코로나 이전 투자시장을 휩쓸었다. 이 정도 수익을 준다면 자산가들도 돈을 싸들고 PB를 찾을 정도였다. 서울 랜드마크 아파트인 반포자이에 있는 대신증권 한 점포에서만 라임펀드에 수천억원의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코로나가 휩쓴 2021년의 우리에게는 대박과 따상, 따따상을 예사롭지 않게 생각하고, 도무지 투자 수익률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수익을 냈다는 가상화폐 투자 스토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투자는 자기책임이다. 자기 스스로가 내린 결과는 자기에게 있다. 그렇지만 투자결과의 책임을 전적으로 투자상품에 주머니를 푼 개인에게 지울 수 없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더 많은 수익을 내겠다는 욕망을 부추기는 분위기 속에 금융회사는 높은 수익을 내걸고 고객을 유인하다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고가 터졌다. 


자기책임이라는 명제에 숨어 자기의 욕망을 한껏 부풀린 문제의 사모펀드를 만들고 판 금융회사의 책임을 묻는 과정이 진행중이다. 한투증권은 감독당국의 제재를 앞두고 투자 원금을 모두 돌려주는 파격으로 대응해 업계의 공적(共敵)이 된 반면 펀드 판매를 주도한 지점장이 구속되어 유죄판결이 난  대신증권의 경우 불완전 판매냐, 사기냐를 놓고 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사이에 의견이 갈려 배상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쥐고 흔드는 월가에서도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의 자기책임보다 금융회사의 수탁자 책임이나 사회적 책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금융 위기 이후 승승장구하던 미국 웰스파고 은행이 무단 은행계좌 개설 등 부정 영업행위로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진 일을 우리 금융회사들도 반면 교사로 삼아야한다. 최근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도 20년 이상 투자해온 웰스파고 주식 대부분을 매각하기도 했다. 


정책 당국을 통한 사모펀드 피해 구제 절차가 거의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분쟁조정의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피해자의 경우 소송을 통한 쟁송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제 감독당국은 문제가 일어난 원인이 금융회사 직원 개인의 일탈이 아닌 성과주의, 보상 시스템, 지분구조, 지배주주 등 금융회사 거버넌스에  있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 봐야 한다.  금융회사의 자기책임에 대한 강제와 규율도 수위도 높여야 한다. 그래야 금융산업과 실물경제 모두의 발전을 위한 마중물로 일상이 된 투자가 순기능을 할 수 있다. 


웰스파고 은행의 가짜계좌 개설 관련 인터뷰에 나온 앨리자베스 워렌 미국 상원의원. 워렌의원은 상원 은행위원회 경제정책 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출처: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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