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프진' 도입이 필요한 이유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에도 불법 투약‧수술 온상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0일 08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윤아름 기자] 국내 최초로 합법적인 자연유산 유도제(낙태약)가 유통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형법상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리고, 올해 1월 1일 공식 폐지됐지만 낙태약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후 피임약 시장 점유율 1위인 현대약품은 올해 3월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먹는 낙태약 '미프진'에 대한 국내 판권 및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약품은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정식 허가를 신청했고, 식약처 심사 단계에 있다.


'미프진'은 현재 미국, 중국, 태국 등 70개가 넘는 나라에서 허가를 받고 합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반면 그간 국내 낙태약 유통은 불법적으로 행해졌다. 여성 커뮤니티에서 암암리에 낙태약을 판매하는 장소를 공유하거나 글로벌 단체를 통해 일명 '직구'를 하는 식이다. 의학적 지식이 전무한 개인이 임신중절을 시도하다 보니 예기치 않은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이 약물마저 구하지 못한 여성들은 불법 임신중절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전체 인공 임신중절수술 추정규모는 무려 4만9764건에 이른다. 이 중 합법적인 수술 4113건을 제외하면 90%가 불법 시술에 해당한다.



오랜 기간 시민들은 낙태죄 전면폐지를 위한 집회, 국민 청원을 준비했다. 2018년 완료된 낙태죄 전면 폐지 국민청원은 20만명을 넘겼고, 지난해 같은 내용의 청원 또한 10만명을 넘었다. 도심에서는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도 수차례 열렸다.


각고의 노력 끝에 낙태죄는 폐지됐지만 업계에선 '미프진' 정식 허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종교 단체, 보수 집단을 중심으로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무리가 아직까지 활동을 하고 있는데다가 입법 공백으로 낙태죄 개정 논의가 공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31일을 법률 개정 기한으로 설정했지만 국회는 심사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탓인지 식약처는 '미프진' 허가에 대해 외부자문절차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2월부터 안정성‧유효성 관련 사전 심사를 진행했고, 3월부터 정식 심사에 돌입했다. 신청일 기준 120일 내에 허가 여부를 통보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곧 통보 기일이 다가오지만 아직 이렇다 할 윤곽이 잡히지 않은 상태다.


'안정성'이라는 표면적인 이유로 '미프진' 도입을 반대하는 집단은 오히려 수많은 생명을 불법 투약‧불법 시술로 몰아가고 있다. 현재 산부인과 계에서는 '미프진'을 산부인과 전문의만 처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해 소비자가 전문성 높은 부작용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전례가 없던 일인 만큼 의료계와 정부, 기업이 합심해 '미프진'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환자들이 안전한 의료 시스템 아래에서 약물과 시술을 받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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