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업계 '350에 50'
높아진 기업가치, 과열인가 K-유니콘 탄생의 필수조건인가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1일 08시 1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김민지 기자] 350에 50.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수치다. 방 한칸 구할 수 있는 금액인가 싶지만, 지금의 서울 시세를 보면 어림도 없다. 벤처투자 업계에서 유행처럼 나오는 이 숫자는 '시리즈A 단계에서 투자 후 기업가치 350억원을 인정받으며 50억원을 투자를 받겠다'는 뜻으로 풀 수 있다.


투자 단계를 나누는 것이 점점 의미가 없어지고 있지만, 일반적인 시리즈A 투자유치는 한 벤처기업이 사업 모델을 완성하고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 첫 외부 투자유치에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 별로 차이는 있지만 시리즈A 투자 시 기업가치는 100억원~200억원 사이로 측정됐고 투자금은 20억~40억원 정도다.


이런 벤처투자 업계의 관행이 최근 들어 크게 변하고 있고 시리즈A 단계에서 인정되는 기업가치가 350억원이라니. 쉽게 믿기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최근 몇 달간 나온 투자유치 보도자료를 살펴보니 하나의 경향이 만들어진 것은 분명해 보였다. 심지어 바이오 기업의 경우 시리즈A 투자유치 규모가 100억원을 넘기는 경우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렇게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하면서 투자를 결정할 정도로 그 기업들이 유망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오랜 시간 벤처투자 업계에서 몸담은 심사역들에게서 조금은 다른 견해를 담은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창업가들의 배경(학력이든, 경력이든)이 화려하고 사업 모델도 혁신적이며 개발하는 기술이 완성될 가능성도 높아 보이는 기업에는 기관 투자자들이 앞다투어 투자하려한다. 기본적으로 돈 받는 쪽이 을일거 같지만 투자 하겠다는 기관들이 많아질수록 경쟁 구도는 투자자들 쪽으로 옮겨진다.


성장을 확신하는 초기기업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창업가가 요구하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한국계 유니콘(비상장 기업가치 1조 이상)을 키우겠다는 정부 정책덕에 벤처캐피탈이 보유한 투자 재원은 충분한 상황이라 투자금액을 키우는 것은 큰 부담이 아니다. 


벤처 투자를 하는 사람이 많아진 점이 기업들의 가치를 높이는데 일조했다는 의견도 있다. 과거 비상장 기업,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기관은 벤처캐피탈이 유일했다. 지금은 자산운용사, 증권사들도 비상장 기업 투자 규모를 키우고 있고 일반 민간 기업도 벤처투자에 나섰다. 그러다 보니 전통(?) 벤처캐피탈 심사역과는 다른 관점의 투자도 진행되고 있다. 벤처 투자를 잘모르는 눈먼돈들이 많아지면서 기업가치도 함께 올라간다는 비판이다.


한 심사역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기업가치라 지켜보고 있는데 다른 곳에서는 투자를 단행하더라"며 "그런 경우를 많이 보다보면 일단 무조건 투자하고 봐야 하는지 고민되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벤처캐피탈 관계자 역시 "한국 창업가들은 일단 높아진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크다보니 투자유치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창업가들이 돈 벌기 쉬운 세상"이라는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국내 유망한 기업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분명 반길 일이다. 다만 이것이 금방 허망하게 꺼지는 거품일지, 거품을 만들고 있는 주체는 누구인지 시장 관계자들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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