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대변인' 있습니까
빅테크에 쫓긴 금융지주, 연일 '디지털' 외치지만···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2일 07시 4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이규창 금융증권부장] 똑똑한 엘리트 집단이라도 구성원의 생각과 목표가 비슷할 경우 바람직하지 못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한 국가의 정부가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무수한 사례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집단의 문제 해결 능력과 동질성이 반비례한다는 명제는 저명한 사회학자, 심리학자들의 실험으로 어느 정도 증명됐다.


따라서 집단의 바람직한 결정을 위해서는 다수파를 향해 의도적으로 반대하는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 필요하다. '악마의 대변인'은 가톨릭에서 특정인을 성인(聖人)로 추대할 때 잘못된 추천을 예방하기 위해 일부러 반대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을 가리키는데, 흔히 집단 내에서 토론을 활성화하거나 대안을 찾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몇 년 전부터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물론이고 은행, 보험, 증권, 카드 등 거의 모든 금융회사가 '디지털'을 외치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와 경쟁하는 은행계 지주사는 연일 디지털 혁신을 강조한다. 올해 하반기 경영전략 키워드 중의 하나도 디지털이다.


내부 승진을 고수하는 IBK기업은행을 제외하고 은행계 지주사의 외부 IT전문가 영입도 심심찮게 들린다. 일단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은행계로서는 상당한 변화다.


하지만, 결과물은 요란한 구호나 행동에 비해 다소 실망스럽다. 사용 편의성이 과거보다 좋아졌지만 카카오뱅크나 토스증권 애플리케이션(앱)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탄사까지 이끌어내지 못한다.


예를 들어 기존 은행 앱은 초기 화면의 '뺄셈'부터 원활하지 않다. 갖고 있는 스마트폰의 성능이 떨어지거나 연결이 끊겼는지 의심할 정도로 심플한 빅테크, 핀테크사 앱에서의 조회, 송금, 투자의 편의성은 기존 은행을 뛰어넘는다. 증권사의 MTS도 '뺄셈'이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시중은행에 다니는 한 지인은 "업력이 오래된 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며 "초기 화면에서 콘텐츠 하나를 빼는 것도 여간 복잡하지 않다"고 전했다. 해당 부서의 항의와 외주업체와의 거래 등 이해관계로 얽혀있어 고객이 의식하지 못하는 '콘텐츠 빼기' 하나도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반면, 금융업에 새롭게 진입한 테크사의 고객 유인 콘텐츠는 기존 금융회사의 온라인 뱅킹과 MTS 등을 뛰어넘는다. 어떻게 해서든 거래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고객을 뺏긴 금융회사가 테크사의 이벤트를 베끼는 모양새도 연출됐다.


금융지주 회장이 아무리 디지털 혁신을 외쳐도 기존 의사결정 프로세스로는 테크사와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어 보인다. 이해관계를 뛰어넘자고 외치는 용자(勇者)도 보수적인 기업 문화상 나타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동료가 카카오나 토스로 이직한다고 하면 축하해줘요. 한편으로는 부럽고 '나한테는 왜 이직 제의가 없지'하는 자괴감도 들고요"


시중은행에 다니는 또 다른 지인의 말이다. '악마의 대변인'을 포기한(아니면 할 수도 없는) 지인은 기존 금융회사가 무섭게 치고 들어오는 테크사에 결국 무릎을 꿇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니 그 전에 '어쨌든 디지털화된 은행'에서 명예퇴직할 것이라는 우울한 '포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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