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아름 기자] CJ제일제당이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기업인 천랩을 인수한다. 2018년 CJ헬스케어(HK이노엔)를 매각했던 CJ제일제당이 다시 차세대 신약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자사의 미생균‧균주‧발효 기술에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접목해 신약을 발굴하는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총 983억원을 들여 천랩을 인수한다. CJ제일제당은 천랩의 기존 주식과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를 합쳐 44%의 지분을 확보할 예정이다. 천랩은 구주 16%(62만5233주)를 CJ제일제당에 250억원에 매각할 예정이다. 동시에 CJ제일제당을 대상으로 73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지난 2009년 설립된 천랩은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류 기술 및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천랩이 보유한 마이크로바이옴 실물균주는 5600여개로 국내 최대 규모다. 천랩은 2019년 간암과 대장암에 대해 종양 형성 억제 효과를 보이는 신종 균주(CLCC1)의 전임상시험에서 항암 효능을 확인했다. 천랩은 현재 병원, 연구소 등 B2B(기업 대 기업) 위주의 매출처를 B2C(기업 대 소비자)로 다변화 해 외형성장을 꾀할 계획이다.

눈에 띄는 것은 천랩이 지난 2019년 코스닥에 상장한 이후 순손실 규모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천랩은 2019년 연결 매출 48억원, 순손실 43억원을 냈고, 지난해엔 매출 53억원, 순손실 8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 12억원, 순손실 3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더 악화된 결과를 냈다. 지난해 천랩은 B2C 시장 공략을 위해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이렇다 할 수익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천랩의 자금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천랩의 부채비율은 2019년 9.4%에서 지난해 112.7%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 또한 2.2%에서 48.8%로 올랐다. 올해 1분기 기준 천랩의 부채비율은 126.4%, 차입금 의존도는 52%로 더 나빠졌다. 이러한 요인이 반영된 탓인지 천랩의 구주 매각가는 4만원으로, 2019년 12월 상장 때 공모가와 동일하게 책정됐다. 상장 이후 기업가치가 정체됐다는 뜻이다.

앞서 CJ제일제당은 2016년 HK이노엔(당시 CJ헬스케어) 상장을 통해 바이오 사업을 확대하고자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2017년 공개 매각으로 전환한 뒤 2018년 한국콜마에 HK이노엔을 매각했다. 하지만 매각 이후 HK이노엔은 블록버스터 신약인 '케이캡'을 출시하는 등 승승장구하며 내달 코스닥 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이후 CJ제일제당은 2019년 고바이오랩에 신규 투자를 유치해 공동연구계약을 체결하는 등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에 관심을 가져왔다.

CJ제일제당은 자사 미생물‧균주‧발효 기술과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접목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현재 영위 중인 그린(사료)‧화이트(생분해 플라스틱 소재 제조) 바이오 사업에 레드(신약) 바이오 사업까지 접목해 바이오 사업을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자체가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막대한 자금 투입이 선행돼야 할 단계인데 대기업의 지원이 갖춰진다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본다"며 "특히 CJ제일제당의 경우 이미 건강기능식품 등 그린‧화이트 바이오 사업에 대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신약 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바이오 사업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