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은 비교가치평가법으로 상각전영업이익대비기업가치(EV/EBITDA)를 채택해 1조7218억~2조1614억원의 목표 시가총액과 공모가 희망밴드 4만7000원~5만9000원을 도출해 냈다. 내달 3일부터 4일까지 수요예측을 받고 같은 날 19일 코스피에 상장할 계획이다.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다.

롯데렌탈은 대규모 차입을 일으켜 대여용 사업차량을 확보하는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다. 차량 대여를 통해 현금을 창출하고, 중고차 매각에 따라 자산을 회수한다. 지난해 연결실적 기준 부채비율은 630%에 달한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 규모는 약 4조원이었으며 금융비용은 956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의 절반 가량이 금융비용으로 지출되는 흐름을 보인다.

EBITDA는 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자비용, 세금, 감가상각비용 등을 빼기 전 순이익을 가리킨다. EV/EBITDA라는 렌즈를 통해 롯데렌탈의 실적을 보면 막대한 금융비용과 차량감가상각(자산하락)이 기업가치 평가 과정에서 누락되는 셈이다.

EV/EBITDA 방식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롯데렌탈 측은 렌탈사업은 자산에 대한 감가상각비 비중이 큰 산업으로 감가상각비는 비현금성비용으로 경제적인 이익과는 일부 괴리가 있다고 밝혔다. 차량 감가상각비를 제외하고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EBITDA)를 통해 롯데렌탈의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롯데렌탈이 산업·사업·재무 등에서 유사하다며 비교기업(피어그룹)으로 뽑은 SK렌터카와 AJ네트웍스는 상장 당시 벨류에이션 방법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을 포함시켰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SK렌터카(당시 AJ렌터카)는 PER와 PBR(주가순자산비율)을 2:1로 가중평균해 기업가치를 산정했고, 2015년 상장한 AJ네트웍스는 PER와 EV/EBITDA를 1대 1로 산술평균해 기업가치를 냈다.

두 회사의 대표 상장주관사는 다름 아닌 한국투자증권이었다. 공모가 산정 방식은 기업과 주관사가 협의해 결정한다. 앞서 SK렌터카와 AJ네트웍스의 기업공개 과정에선 PER가 ▲기업 수익력 ▲성장성 ▲영업활동의 위험성 등이 총체적으로 반영되는 지표라는 일관된 이유를 들며 기업가치산정 방법에 포함됐다.

그런데 롯데렌탈의 경우 "PER지표는 타 지표 대비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감가상각비의 비중이 높은 동사의 기업가치 평가방법으로는 한계점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PER가 평가방법에서 제외됐다. 주관사가 유사한 렌터카 업체의 가치평가 방법론을 두고 입장을 달리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우호적인 몸값을 받기 위해 벨류에이션 방법을 조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