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부동산신탁시장이 올해 하반기에도 분양실적 개선과 재무건전성 회복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주력사업의 업황에 따라 부동산신탁사간 영업실적·신용도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부동산신탁업에 대한 하반기 정기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신탁업의 등급전망은 '중립적(Neutral)'으로 제시했다.
정효섭 한기평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에는 분양경기 호조세에 힘입어 신규 수주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비우호적인 사업환경에도 영업실적이 2020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탁사 11개사의 지난해 신규수주 규모(2019년 인가 3개사 제외)는 전년 대비 41% 증가한 1조4701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5391억원으로 11%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14개사 전체의 신규수주 규모는 1조원에 달해 사상 처음 연간 기준 2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정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며 "분양실적 개선에 따른 신탁계정대여금 회수가 차입금 상환으로 이어지면서 올해 3월말 기준 부채비율은 2019년말 대비 18.2%p 하락한 57.5%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에서 시작된 주택가격 상승세가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2021년 5월말 전국 미분양주택은 1만6000세대로 2000년대 들어 최저 수준"이라고 했다.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그는 "대출규제 강화와 세제 개편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방 주택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기평은 5개 부동산신탁사에 대한 하반기 신용등급도 함께 발표했다. 평가 대상 중 하나자산신탁과 코리아신탁의 신용등급은 각각 A(긍정적), BBB(긍정적)에서 A+(안정적), BBB+(안정적)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자산신탁의 신용등급은 그대로 유지했다.
아시아신탁의 등급전망은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경했다. 한국토지신탁(이하 한토신)의 신용등급은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내려갔다.
신용등급이 오른 하나자산신탁과 코리아신탁은 책임준공관리형 토지신탁 수주에 힘입어 수익기반이 확대되고 우수한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한토신은 차입형 토지신탁 업황 악화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로 신용등급이 내려갔다. 정 연구원은 "업황 악화로 영업실적과 재무안정성이 저하됐고, 재무 레버리지 관리 부담과 미분양 사업으로 인한 대손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라 신용등급을 하향했다"며 "지방 중소도시 분양시장은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수익형 부동산 분양경기에도 불확실성이 커 차입형 토지신탁 관련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탁사가 엇갈린 성적표를 받은 것은 주력 사업의 상반된 업황 탓이라는 것이 정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차입형 토지신탁 주력사는 최근 3개년(2018년~2020년)간 신규수주 부진으로 시장점유율(수수료수익 기준)이 하락하고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며 "신사업으로 부각되고 있는 정비사업은 인허가 과정에 오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수익인식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책준관리형 신탁은 수주 호조세에 힘입어 시장점유율이 상승하고 당기순이익이 증가 추세"라며 "2020년부터 역전된 주력사간 시장점유율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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