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형토지신탁 호조, 부동산시장 향방은
'불황 시그널' 지적…정비사업 포함된 착시현상 반론도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4일 11시 1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이상균 기자] 한때 비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한 잇단 미분양 사태로 성장세가 껶였던 부동산 신탁시장이 올해 들어 반등에 성공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차입형토지신탁의 호조를 놓고 부동산 시장의 호황 종료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차입형토지신탁은 부동산 시장이 불황에 진입하면서 은행과 증권사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사실상 중단했을 때, 시행사들이 어쩔 수 없이 부동산 신탁사를 찾아가 자금을 조달받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신탁 시장은 향후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미리 짚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부동산 신탁사의 경우 개발사업의 자금조달, 분양, 착공, 준공, 수익 정산 등 모든 단계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대주단 혹은 주관사로 참여하는 은행, 증권사, 저축은행 등이 분양 완료 뒤 투자금 회수를 대부분 완료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탁시장 중에서도 개발사업과 직결되는 차입형 토지신탁의 호조를 어떤 식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호황과 불황을 미리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불황 때, 차입형토지신탁 수주 늘어


올해 부동산 신탁 시장은 신규수주 기준으로는 최초로 2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상반기에만 1조원을 넘어섰다. 신규수주가 2~3년의 격차를 두고 신탁사의 매출로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1조4000억원 규모였던 14개 신탁사의 매출은 2023~2024년쯤 2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신탁시장의 성장은 개발사업의 호조 덕분이다. 자연스럽게 신탁사 본연의 사업인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 수주가 늘었을 뿐 아니라, 그동안 침체됐던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도 반등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차입형토지신탁의 수주 증가를 어떤 식으로 해석해야 하느냐다. 보통 신탁사의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가 늘어나는 시기는 부동산 시장이 불황에 빠졌을 때다.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가 대표적이다. 


한국토지신탁이 추진 중인 여수 학동 코아루 시티코어 생활숙박시설 조감도(한국토지신탁 홈페이지 발췌)


부동산 개발을 위해 시행사들이 PF 대출을 시도하지만 은행과 증권사들이 리스크가 높다며 대출을 거부할 때, 어쩔 수 없이 신탁사로 몰려가 차입형 토지신탁을 통해 신탁계정대출을 받는 것이다.


특히 은행과 증권사는 시행사가 토지를 매입할 때 브릿지론 성격의 대출이 가능하지만 신탁사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시행사 입장에서는 자기자본만으로 토지를 매입한 뒤에야 신탁사에 손을 벌리는 것이 가능해지는 구조다. 더욱이 신탁사의 차입형 토지신탁 금리는 연 7~8%로 은행, 증권사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차입형 토지신탁의 호조가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하락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대구와 광주광역시를 중심으로 지방에 미분양이 서서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한다.


◆금융당국 규제로, 신탁사에 개발사업 몰려


과거 사례를 되짚어볼 때 차입형 토지신탁의 수주 증가가 불안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만큼은 사정이 다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금융당국의 강화된 규제를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2019년 증권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건전성 관리 방안을 내놓고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채무보증(우발부채) 한도 100% 설정 ▲부동산PF 채무보증에 대한 신용위험액 산정시 위험 값을 18%로 상향 조정 ▲조정 유동성비율 100% 미만 증권사에 대한 리스크 관리 및 점검 강화 등을 추진했다.


이후 증권사의 PF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시행사들이 대안으로 신탁사에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 신탁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지방 사업장의 시행사들이 신탁사에 자금조달을 요청했는데 최근에는 수도권 사업장의 시행사들도 신탁사에게 달려간다"며 "자연히 신탁사의 차입형토지신탁 매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중소형 신탁사 대표는 "일단 전국에 개발을 진행 중인 프로젝트 건이 상당히 많다"라며 "분양만 했다 하면 완판이 되니까 과거에는 감히 엄두도 못 냈던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차입형 토지신탁의 반등은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꼬집는다. 대형 신탁사 대표는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 등 대형 신탁사의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 내역에는 정비사업이 대거 포함돼 있다"며 "이들 정비사업은 기존 차입형 토지신탁과는 성격이 다를 뿐만 아니라, 수익 실현 시점도 늦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가 크게 늘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신탁사 고위임원은 "신탁사의 사업 영역은 고유의 신탁업뿐 아니라 리츠(REITs) 사업도 포함돼 있다"며 "최근 신탁사의 리츠가 보유한 건물을 매각하면서 상당수 이익이 유입됐고 이것이 신탁사의 실적 증가로 이어진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차입형토지신탁의 호조를 부동산 시장의 불황으로 연결 짓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이긴 하지만 상당수 관계자들은 현재의 호황이 앞으로도 지속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지방에서도 청약통장을 동원해 분양 완판이 이어지는 시장 상황이 비정상적인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고 지적한다.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중소형 신탁사 대표는 "서울 시장에 한정할 때 향후 2년간은 뚜렷한 공급 물량이 없기 때문에 호황이 지속되긴 하겠지만 지방만 내려가도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며 "과거 사례를 되짚어보면 한 달 차이로 분양 완판이 된 반면, 한 달 이후에는 분양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워낙 변동성이 높은 곳이 부동산 시장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업체마다 의견이 엇갈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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