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부실약관…예고된 '뇌관'
모호하고 난해한 약관…잠재적 갈등의 트리거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5일 08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신수아 기자] "원고들에게 일부 금액을 떼어 놓는다는 점을 특정해서 설명하고 명시해야 설명·명시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내용이 약관에도 없고 상품 판매 과정에서도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법원은 다시 한번 약관과 설명 의무를 강조했다. 즉시연금을 둘러싼 생보사와 보험 소비자의 법정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즉시연금은 보험 계약자가 목돈을 맡긴 뒤 연금 형식으로 매달 보험금을 받는 상품이다. 문제가 된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은 계약자가 맡긴 목돈을 보험사가 투자해 얻은 수익으로 매달 연금을 지급하고, 만기엔 보험료 전액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보험사와 계약자의 시각이 엇갈린 건 바로 다음부터다. 보험사는 목돈을 받으면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먼저 제하기 때문에, 만기에 보험료 원금을 전액 돌려주기 위해서 운용 수익 '일부'를 떼어 만기 환급으로 재원으로 적립해둔다. 즉, 계약자들은 보험사가 운용한 수익 중 '일부'를 매달 받지 못하게 된다. 바로 이 '일부'가 소송의 핵심 쟁점이다. 


약관에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하고 월 연금액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과연 적확하게 명시했느냐, 안했느냐를 두고 양측은 첨예하게 부딪혔다. 생보사는 보험원리와 산출방법서 등을 거론하며 맞섰지만, 법원은 보험 약관 해석의 준칙 중 하나인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의거해 계약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결국 약관에 '적립액을 공제한다'는 내용을 명시적으로 적은 농협생명만이 유일하게 승소했다. 



보험 약관을 둘러싼 분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살보험금 사태와 암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질 때마다 명문화된 약관의 해석을 두고 갈등이 빚어졌다. 논란이 생긴 후에야 약관은 조금씩 개선됐다. 하지만 과거 보험사들이 팔아 온 상품들의 약관은 여전히 모호하고 난해하다. 언제든 갈등의 트리거가 되기에 충분하다.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정당하지 않은 주장까지 보호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험 아줌마로 대표되던 설계사들의 '좋다'는 말만 듣고 보험에 덜컥 가입했던 시대는 지났다. 표준 약관에 등장하는 어려운 용어들은 최대한 알기 쉽게 고쳐져야 한다. 약관 내용이 난해해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다면 전문적인 설계사의 충분한 설명도 반드시 필요하다. 


약관은 마치 암호문과 같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당장 메일함을 열어 그간 받은 보험 약관을 열어봤다. 비교적 보험 용어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기자조차 한 장을 채 읽지도 앉았는데 이해가 안되는 용어와 문구가 무수히 쏟아졌다. 약관은 소비자를 위한 게 아니라,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위해 준비된 근거라는 냉소적인 비난도 이해가 된다. 약관은 이미 언제든 터질 수 있게 준비된 뇌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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