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세연 차장] 올 들어 ESG의 광풍이 매섭다. 경제 환경 전반에 화두로 등장한 ESG는 사회적 가치와 책임 등 비재무적 요소를 강조하며 기업의 경영 전략부터 자금 유치 방안까지 전방위 분야에서 새로운 개념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투자기관들 역시 ESG 활용 여부를 투자지표로 활용중이고 기업들 역시 녹색채권을 시작으로 각종 ESG 채권 발행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들어 인증기관과 발행사가 각각의 ESG 지표를 점수화해 특정 사안과 대상이 ESG에 부합하는지를 평가하는 가이드라인 제정에 나서며 시장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기대속 ESG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1월 5조원 규모로 발행된 ESG 채권은 4개월 만에 27조원가량이 급증하며 3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ESG 수요에 불을 지핀 이후 ESG 채권들은 시장에 등장하는 족족 오버부킹(초과 수요예측)을 기록 중이다. 특히 우량등급 이상의 발행사가 발행하는 ESG 채권은 없어서 못 팔 정도의 높은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생소한 듯 하지만 ESG는 사실 이전부터 꾸준히 우리 곁에 자리해 왔다. ESG는 지난 2003년 유엔환경계획(UNEP)의 '금융이니셔티브(UNEP FI)'를 통해 등장한 후 2005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유엔글로벌콤팩트(UNCC)에서 공식 용어로 사용되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강조됐던 기업의 사회적책임 투자, 윤리적 기업가치 조성, 지속가능한 경영활동, 임팩트 투자 등 역시 ESG와 '일맥상통'한다. 현재의 ESG는 앞서 등장한 다수의 개념에 경제적 가치의 중요성이 더해져 보다 실현가능한 개념으로 진화한 것인 셈이다. 

과거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ESG는 잇단 녹색채권과 지속가능채권 발행이 이어지며 성공적인 정착을 이뤄낸 듯 한다. 하지만 ESG의 경제사회적 성공을 논하기엔 아직 갈길이 멀다. 관심과 추진속에도 정작 다방면에서 활용되는 ESG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규정하거나 '어떻게 수행되어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개념 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SG 개념속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지만 시장 경제 속 기업은 책임보다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통한 성장을 과제로 삼아야 하는 경제 논리 속의 존재다. 환경과 사회적가치, 투명한 지배구조의 강조가 기업의 성장과 생존보다 앞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형식적 ESG 활동을 강조하는 이른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우려도 완벽한 해소가 어렵다. 의무사항으로 지정된 사전인증에도 불구하고 권고사항에 머문 사후인증 탓에 ESG채권 발행전 신용평가사나 회계법인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기업들이 투자 유치이후 본래의 목적과 달리 자금을 사용했는지 여부를 검증하기 쉽지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준비중인 ESG금융사업의 범주와 가이드라인인 'K-텍소노미(분류체계)' 제정도 기대보다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미 금융사회 전반에서 ESG가 자리잡은 유럽의 성공사례만을 추종한 분류체계의 절대적 기준과 수치가 자칫 시장 안정화가 이뤄지지 않은 국내 환경에서 새로운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이 ESG 활동을 지속하도록 유도하고 수반과정에서의 노력을 인정해 주는 올바른 접근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한국형 ESG의 성공은 기업과 사회의 간극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경제사회의 성장을 이끌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과도한 정책적 강요나 투자시장의 트랜드 변화로 인식된 접근으로는 과거 유사한 개념들이 보인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과 손잡는 한국형 ESG가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