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 규모가 60조원을 넘어서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테마형 상품이 연달아 등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비히클(이동수단)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모빌리티는 최근 운용사들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테마 중 하나다. 최근 1년 사이에만 전기차, 미래차 등과 연관된 7개의 ETF가 설정됐다. 이들 모빌리티 ETF는 저마다의 BM(벤치마크)과 투자 전략을 내세워 투자 구미를 당기고 있다.

5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설정일 1년이 채 안 된 모빌리티 ETF에 2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설정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솔랙티브)'를 포함한 7개 모빌리티 관련 ETF 순자산총액(NAV)은 1조6985억(5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의 선전과 함께 올해 상장한 액티브 ETF의 초반 흥행이 더해진 결과다.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는 상장 8개월 만에 1조4010억원의 순자산을 형성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해외주식형 ETF 중 순자산이 1조원을 돌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 대한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독일의 지수 산출기관 솔랙티브의 '차이나 전기차&배터리 지수'를 추종하는 해당 ETF는 미국, 중국 증시에 상장된 전기차와 연관된 중국기업에 투자한다. 중국의 간펑 리튬(Ganfeng Lithium)을 비롯해 중국산 컨버터‧서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회천기술(Shenzhen Inovance Technology Co Ltd.) 등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연금계좌를 통해 ETF를 오래 보유하는 투자자 대상 장기성장테마 ETF를 선보이고 있는데, 차이나전기차도 그 중 하나"라며 "올해 개인 순매수 1위 ETF가 될 정도로 개인 투자자금이 몰린 건 전기차라는 장기성장테마에 대한 투자자 관심과 더불어 운용성과가 우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동시 상장한 액티브 ETF 3종도 순자산 증액을 견인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퓨처모빌리티액티브'는 순자산 93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미래차액티브' 순자산도 765억원에 이른다. 상장 후 두 달여 만에 각각 10.73%와 7.02%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두 ETF는 여러 측면에서 닮아 있다. 국내 민간지수사업자 에프엔가이드(FnGuide)가 개발한 지수(FnGuide 퓨처모빌리티‧FnGuide K-미래차)를 추종한다. 또 기아‧현대차에 PDF(자산구성내역)의 16~17% 비중을 할당하며, 현대위아와 같은 자동 부품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308억원의 순자산을 기록 중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네비게이터 친환경자동차 밸류체인액티브'는 두산퓨얼셀, 엘앤에프 등 전지업체를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이처럼 중국과 국내 자동차 산업을 주목해 온 모빌리티 ETF는 최근 들어 미국 전기차 시장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지난 6월 상장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 스마트 모빌리티S&P'는 테슬라 외 미국 GPS 전문업체 트림블 네비게이션을 편입했다. 지난달 16일 설정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글로벌 자율주행&전기차SOLACTIVE'는 GM, 포드, 인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글로벌 자동차, IT업체 비중이 크다. 이밖에 모빌리티를 테마로 한 재간접형 ETF도 등장했다. 지난달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설정한 'KOSEF 릭소글로벌 퓨처모빌리티 MSCI'는 프랑스 릭소 운용사의 Lyxor MSCI Future Mobility ESG Filtered를 편입해 재간접 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