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쇼피파이·월마트 연합'과 닮은 네이버·이마트 혈맹
빠르게 변하는 유통 산업, 전통 기업과 IT 기업 간 협업 늘어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1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unsplash


[팍스넷뉴스 심두보 기자] 유통 산업의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미국에선 아마존이, 한국에선 쿠팡이 각각 그 선봉에 섰다. 아마존은 미국 최대 오프라인 유통기업인 월마트를 위협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제쳐 버렸고, 쿠팡은 한국의 기존 유통기업에게 굉장한 위기감을 심어주고 있다. 이들의 각축전은 점점 더 복잡한 양상을 띤다. 특히 거대 기업 간 협력 관계 구축은 유통 산업의 변화가 얼마나 빠르고 또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방증한다. 이들의 경쟁과 동맹, 매 분기 나오는 실적은 주가 향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출렁이는 관련 기업 주가


출처=google finance



위 그래프는 1년 간 주가 추이다. 쇼피파이와 네이버, 그리고 이마트는 모두 40%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월마트는 11.74% 상승하는 데에 그쳤다. 그런데 5년으로 기간을 늘리면 다른 모습이 보인다.



쇼피파이의 압도적인 주가 상승 때문에 다른 기업의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쇼피파이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했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상승률은 무려 3777%다. 이 기간 이마트의 주가는 겨우 5% 남짓 올랐다. 국내 대표 IT 기업인 네이버와 미국 최대 오프라인 유통기업인 월마트의 주가는 각각 184%와 96% 상승했다. 이렇듯 쇼피파이와 네이버 등 이커머스의 신성(新星)은 약진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전통 오프라인 유통기업은 이들에 비해 더딘 성장을 보이고 있다.


◆월마트, 쇼피파이와 진행하는 협업은?


월마트는 2020년 6월15일 쇼피파이와의 제휴를 공식 발표했다. 당시 월마트의 발표를 보면, 이 거대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알 수 있다. 아래와 같이 요약이 가능하다.


이커머스 마켓플레이스 고객 구축은 우리 비즈니스의 최우선 순위다.

우리가 쇼피파이와 힘을 합친 건 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쇼피파이에 월마트 마켓플레이스를 오픈할 것이다.

소상공인도 월마트의 급증하는 트래픽에 접근하게 되었다.

쇼피파이 셀러는 월마트에 원활하게 자신의 상품을 진열할 수 있다.

월마트의 고객은 더 광범위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위 내용을 토대로 월마트는 쇼피파이를 통해 온라인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쇼피파이는 기본적으로 온라인 쇼핑 솔루션 플랫폼이므로 월마트와의 협력이 자신들의 성장에도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아마존의 리테일 이커머스 매출 기준 시장점유율은 39%에 달한다. 그 뒤를 쇼피파이(8.6%)와 월마트(5.8%)가 잇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베이의 점유율은 4.9%에 그친다. 특이한 점은 애플의 시장점유율(3.5%)이 홈디포나 베스트바이, 타깃 등 전통 오프라인 강자보다 더 높다는 것이다.


쇼피파이와 월마트 연합은 독주하는 아마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쇼피파이는 아마존과도 과거 협력 관계를 구축한 바 있다. 2015년 쇼피파이와 아마존은 온라인 판매자를 위해 서로의 기능을 연동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2017년엔 쇼피파이 판매자 계정에 아마존 판매 정보를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쇼피파이는 트위터나 틱톡 등 SNS와도 협력하며 종합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의 입지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IT 기업의 장점이 확연히 보이는 지점인데, 월마트보다 쇼피파이가 할 수 있는 타 기업과의 협업 지점이 훨씬 더 풍부하다.


◆월마트 마켓플레이스를 키워라


월마트는 자신들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월마트 마켓플레이스를 키우고자 한다. 아마존과 유사한 모델이다. 판매자들이 이 마켓플레이스에 제품을 올린 뒤 판매하는 방식이다. 아마존처럼 풀필먼트 서비스도 제공한다. 쇼피파이에서 활동하는 판매자들도 쉽게 이 마켓플레이스를 활용할 수 있다.


월마트는 판을 키우기 위해 또 다른 계획도 세우고 있다. 바로 어도비의 커머스 플랫폼과의 협력이다. 월마트는 어도비와 함께 소프트웨어를 준비하고 있다. 판매자와 소비자에게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소프트웨어는 월마트의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은 더 다양한 옵션 중 원하는 수령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2020년 초 출시될 계획이다.


월마트는 자신들의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IT 전문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강력한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협력함으로써 아마존과의 경쟁에 임하고 있다. 월마트는 2020년 9월 '월마트 플러스'라는 멤버십을 출시했는데, 이는 '아마존 프라임'과 비슷한 프로그램이다. 월마트 플러스 가입자는 무제한 배송과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멤버십 가격은 아마존 프라임보다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다. 


출처=신세계 뉴스룸


◆네이버와 이마트의 혈맹


한국의 쇼피파이로도 불리는 네이버와 역시 한국의 월마트인 이마트의 결합은 월마트-쇼피파이의 사례처럼 변화하는 이커머스 경쟁 구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네이버와 올해 상반기2500억 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진행했다. 이마트는 1500억원, 그리고 신세계는 1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네이버에 주고, 네이버도 이에 상응하는 주식을 대가로 준 것이다. 이런 지분 교환은 기업 간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협력 관계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의 지분을 들고 있는 만큼 장기적 관계에 힘을 줬다.


당시 업계가 예상한 시너지에 대해 살펴보자. 지분 교환 소식이 전해지자 김명주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3월10일 종목 리포트를 내고 이마트 입장에서 아래와 같은 시너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라인 플랫폼 거래금액 증가

오프라인 부문 효율성 향상

쓱닷컴 내 셀러 입점 편의성 증대

이륜차 회사 등과의 협업은 오프라인 매장 객수 회복에 기여


김명주 애널리스트는 이마트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부문 모두의 가치가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 것이다. 또 쿠팡을 중장기적으로 이마트의 위협 요인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쿠팡은 상장 이후 오프라인 인프라 확대에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쿠팡은 대규모 물류센터를 공격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네이버와 이마트의 혈맹 이후 실제 협업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지분 교환 후 첫 협업 프로젝트는 바로 '맛집 밀키트'다. 네이버에서 판매되는 지역 명물 먹거리를 이마트가 밀키트 상품으로 개발하고 대량 생산한 뒤 다시 네이버와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쇼피파이처럼 네이버는 소상공인(SME) 생태계를 강조하고 있다. 아마존과 쿠팡이 중앙집권적이라면 쇼피파이와 네이버는 분권적인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이마트는 연내 네이버의 '장보기' 채널에도 입점할 계획이다. 더불어 네이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 주문 기능을 향상하고, 신세계그룹의 물류센터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쿠팡의 초고속 물류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스마트스토어에 집중하는 한편 대기업과 유명 브랜드 보유 기업과 함께 브랜드스토어도 키우고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3월 주주 서한에서 "온라인에서 장사하는 데 필요한 모든 과정을 빠짐없이 챙겨 '머천트 솔루션'이라 명명하고 비즈니스 효용이 큰 솔루션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수익화를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쇼피파이를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출처=월마트 홈페이지 캡처


◆IT·물류·인프라 3박자의 조화


새로운 유통 시장은 IT 기술과 물류 처리 능력, 그리고 오프라인 인프라가 서로 결합되는 모습으로 진화한다. 이 셋 중 하나라도 빠지면 결코 유통 경쟁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물론 자동차나 대형 전자제품, 농업용 기계, 수공예품, 가구 등 특정 제품군에서는 여전히 일부 오프라인 및 온라인 기업이 독립적으로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들 역시 언젠가는 점점 더 거대해지는 이커머스 기업 혹은 연합전선과의 경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통은 본질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따르기 때문.


투자자는 어떤 점을 주목해야 할까? 매 분기 발표되는 온라인 매출 추이는 꼭 확인해야 할 수치다. 더불어 월마트나 이마트 등 기존 유통기업뿐 아니라 쇼피파이와 네이버 등 IT 기업이 누구와 손을 잡고,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필연적으로 이 같은 경쟁에서 뒤떨어지는 곳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이들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투자 대상 기업을 물색하는 것만큼 투자하지 않아야 할 기업을 인지하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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