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아 기자] 지난 6월 말 임기 반환점을 돈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취임 이후 내부조직 개편 및 혁신과 시장 신뢰회복 등을 주요 축으로 설정하고 각종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디폴트옵션 도입과 증권거래세 완전 폐지 등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나 회장은 지난달 말 하계 기자간담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하면서 임기 반환점을 돈 소회를 밝혔다. 나 회장은 "상반기 협회는 정부와 회원사, 투자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시장친화적 제도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 활동을 펼쳐왔다"고 평가했다.

이날 나 회장은 향후 중점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위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도입이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의 별도 운용지시가 없을 경우 금융회사가 시장 상황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운용하는 제도다. 현재 국회에서는 디폴트옵션 도입을 포함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3개를 논의 중이다.

특히 디폴트옵션 도입은 업계의 오랜 숙원 사업이다. 2015년 취임한 황영기 전 회장 시절부터 디폴트옵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전임인 권용원 회장 시절에도 디폴트옵션 도입은 협회의 주요 과제로 이름을 올려왔다. 나 회장 역시 취임사부터 최근 하계간담회까지 빠짐없이 디폴트옵션 도입을 추진 과제로 언급했다.

업계가 디폴트옵션 도입을 원하는 까닭은 낮은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17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43개 은행·보험·증권사의 올해 2분기말 기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5.06%에 그쳤다. 대부분의 퇴직연금은 은행과 보험사가 운용하고 있었다. 이들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2.71%, 3.44%에 불과했다. 대부분이 원금보장형으로 운용되고 있던 탓이다. 반면 증권사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9.69%이다. 증권사의 경우 적립금의 55%를 원리금 비보장으로 운용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현재 퇴직연금 시장 구조는 원리금보장상품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특정업권의 독점시장"이라며 "원리금 비보장 운용 비중이 높은 증권업권이 은행과 보험업권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것을 고려하면 디폴트옵션 도입은 수익률 상승에 도움이 된다"며 디폴트옵션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나 회장은 하계간담회를 통해 디폴트옵션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법안의 쟁점이 되던 원리금 보장 상품 여부에 대해 이를 포함하더라도 디폴트옵션 법안을 빠른 시일 내에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증권거래세 완전 폐지 문제도 중요 과제다. 앞서 정부는 올해 증권거래세율을 0.25%에서 0.23%로 0.02%p 낮췄다. 오는 2023년부터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과세를 앞두고 이를 0.15%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2023년 1월 1일부터 대주주가 아니더라도 연간 5000만원이 넘는 수익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거래세도 계속 유지하면서 이중과세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쏟아지면서 양도소득세 연간 공제 범위를 기존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하는 등 달래기에 나섰으나 역부족"이라며 "시장 활성화를 위해 거래세 전면 폐지가 꼭 필요하고 협회가 나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