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홍원식 "노쇼 아니다"…진실은
임총 전날 밤 팩스로 일방 통보…거래조건 변경 시도할 듯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8일 14시 5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권일운 기자] 남양유업 매각 일정을 돌연 연기한 홍원식 회장이 내놓은 입장문을 놓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홍 회장은 ▲거래를 깨려 했거나 ▲자신이 이른바 '노쇼'를 저지른 것이 아니며 ▲거래 조건을 추가로 협의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정황들을 종합해 살펴볼 때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홍 회장은 지난 17일 입장문을 통해 "7월30일 전부터 이미 거래 종결일은 7월30일이 아니며, 거래 종결을 위한 준비가 더 필요해 7월30일에 거래 종결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을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또 "매각이 결렬되거나 한앤컴퍼니 측과 갈등이 벌어지지 않았으며, 자신이 노쇼를 저질렀다는 것 또한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홍 회장은 "상호 당사자 간에 거래를 종결할 준비가 미비한 상태라 임시 주주총회 결의를 할 수 없었다"라고도 주장했다. 이에 따라 임시주총을 취소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연기·속행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입장문 내용을 종합해보면 쟁점은 크게 ▲홍 회장 측이 사전에 이같은 내용을 한앤컴퍼니 측에 제대로 전달했는지와 ▲거래 종결의 선행 조건이 제대로 갖춰졌는지의 여부로 나뉜다.



홍 회장은 거래 종결 예정일이자 임시 주총일 하루 전날인 지난달 29일 입장문과 유사한 내용을 담은 문건을 한앤컴퍼니 측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것만 놓고 본다면 7월30일 이전에 거래 종결을 할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주장 자체는 사실과 부합한다. 


문제는 그 시점과 방법이다. 홍 회장은 팩스를 통해 해당 문건을 한앤컴퍼니에 전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송 시점은 29일 심야 인 것으로 전해진다. 임시주총을 불과 반나절도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다. 한앤컴퍼니는 물론 다수의 인수·합병(M&A) 업계 종사자들은 이같은 일방적인 통보가 노쇼와 다르지 않다고 간주하고 있다. 


홍 회장은 일단 실물 문서를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 주목, 팩스라는 수단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등기나 내용증명처럼 수신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일방적인 통신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을 담은 실물 문서를 전송했다는 명분을 들어 책임 회피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홍 회장이 입장문에 7월30일이라는 시점을 네 차례나 언급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홍 회장 스스로가 이날의 의미가 남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이날 거래를 종결할 의지는 없었다고 해석 가능하다. '7월30일 전부터 이미'라는 부분은 홍 회장 측이 최소 1회 이상 임시주총 연기 내지는 거래 종결일 변경 의사를 전달한 것처럼 읽히게끔 한다. 하지만 한앤컴퍼니 측은 계약 체결 이후에는 일정 변경을 포함한 거래 조건 변경과 관련된 논의는 전혀 없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거래 종결을 위한 준비가 미비했다는 점 또한 홍 회장 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가능성이 높다. 홍 회장은 한앤컴퍼니가 부당한 주장을 한다고도 언급했다. 부당한 주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계약 당사자로서의 예의'라는 명분을 들어 함구했다.


일단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의 운용 메커니즘상 한앤컴퍼니 측은 인수 대금 마련과 새로운 경영진의 면면을 정하는 것이 준비의 전부다. 계약을 체결한 이후 펀드 출자자(LP)들로부터 캐피탈 콜(Capital Call)을 받고, 인수금융(차입)을 일으키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PEF 운용사들에게는 일상적인 일이다. 한앤컴퍼니는 임시 주총을 통해 선임할 임원들의 라인업도 정해놓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M&A하기 위한 일종의 법적 허가에 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신고도 끝마친 상태였다. 거래 당사자 양측은 물론이거니와 감독 당국에서도 사전에 체결된 계약대로 매매 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을 허가했다는 의미다.


적어도 M&A가 완료되기 이전까지는 '을'의 입장인 PEF 운용사가 부당한 주장을 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PEF 운용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투자 기회를 찾아야 수익을 낼 수 있는 까닭에 거래가 성사되기 전까지는 가급적 매도자 측의 의견을 존중하는 스탠스를 취한다. 홍 회장 측이 임시 주총 일정을 돌연 미루자 강경 대응 보다는 가급적 거래가 이행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홍 회장이 내놓은 입장문은 결국 "계약 종결 조건에 대해 한앤컴퍼니와 조율하고자 노력 중이며, 계약 종결을 위한 협의가 조만간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한앤컴퍼니와 체결한 계약의 세부 내용을 정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신의 몫을 조금이나마 늘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홍 회장이 언급한 '조율'과 '협의'는 결국 매매가를 높여 달라는 쪽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자신 또는 자신의 자녀들이 일부 지분을 남겨 놓거나 추후 재인수할 장치를 마련해 놓는 소위 '파킹' 구조를 요구할 수도 있다. 자신 또는 자녀들의 몫으로 일부 사업부를 분할거나 경영에 참여할 권한을 달라는 등의 요구도 할 수 있다.


다만 이같은 요구들이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상당한 규모의 계약금이 오갔고, 한앤컴퍼니 측이 자금조달까지 끝낸 상황이라 거래금액이나 구조를 변경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LP 및 차주들에게 남양유업을 홍 회장 일가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도록 한 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는 전략을 제시한 만큼 홍 회장 일가와의 동거를 유지하는 것도 불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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