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공작기계 노렸던 호반건설, 달라졌다
과거와 달리 M&A에 적극적…배경엔 사업 확장·라이벌 중흥 의식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9일 0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김진후 기자] 호반그룹이 세아상역과 두산공작기계 인수에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등 과거와 달라진 행보를 보이면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대기업집단 진입을 최대한 피하려던 모습과는 정반대로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호반그룹이 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설, 부동산업에서 벗어나 제조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려는 의도와 함께 이번에 대우건설 인수로 자산 규모를 20조원으로 불린 중흥건설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 인수 성공 시 자산규모 14조 육박


올해 상반기 기준 호반건설 기업집단의 자산총계는 11조9972억원으로 추정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올해 1분기 공정자산 총액 10조7000억원과 지난 1분기 합병한 대한전선의 자산총계를 합산한 값이다. 호반건설은 지난해와 올해 성장과 인수합병을 거듭하며 기존의 준대기업집단에서 한 층 높은 대기업집단으로 변모했다.


여기에 최근 두산공작기계 인수전에 참전하면서 향후 자산규모에도 변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두산공작기계의 자산총계는 1조5535억원이다. 호반건설이 인수에 성공할 경우 자산총계는 13조5507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작년 말과 올해 상반기 사이에 증가한 자산을 고려하면 이보다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당초 업계는 호반건설 기업집단 산하의 호반산업이 대한전선을 인수하자 김상열 호반그룹 총괄회장의 차남인 김민성 호반산업 상무를 중심으로 계열분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실제로 호반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장남 김대헌 호반건설 사장 ▲장녀 김윤혜 아비뉴프랑 마케팅실장 ▲차남 김민성 상무로 이어지는 계열 분리 사전작업을 마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제조업·투자업 추가해 건설업 리스크 헷지

호반건설은 모태 기업이었던 현대파이낸스 시절부터 내려온 '무차입 경영 원칙'과 시행현장의 분양율이 90%를 넘지 않으면 타 사업장에서 신규 분양을 진행하지 않는 '90% 원칙'으로 사업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재무건전성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대기업집단에 입성했다. 


다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발주물량이 점차 줄어들면서 주 수입원 중 하나였던 공공택지 조성사업 및 분양사업의 미래가 불확실해지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활발한 M&A 시도로 건설업에 국한돼 있던 기존의 업역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을 가속하고 있다. 기존의 건설, 시행업은 경기가 불황에 빠질 경우 급속도로 업황이 악화되는 단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려는 것이다. 


노선을 달리하기 시작한 기점은 2015년 금호산업(현 금호건설) 인수전 참여부터다. 이후 코너스톤투자파트너스, 플랜에이치벤처스를 통해 투자사업에 진출하는가 하면 호반호텔앤리조트 등의 계열사를 통해 숙박업에도 뛰어들었다.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계열 시행법인을 통한 공공택지 벌떼입찰에 비판을 가하자 작년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시행사 에이치비탕정을 청산하기도 했다. 


두산공작기계 인수 건 역시 건설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측면으로 풀이된다. 대한전선에 이어 제조기업을 인수해 수입원을 다각화하는 전략이다.


여기에 더해 '우물 안 개구리'에서 탈피해 해외진출을 본격화하려는 전략으로도 읽혀진다. 두산공작기계는 미국·중국·독일·인도 등에 지사를 두고 있다. 이중 전통적인 수익원이었던 미국과 유럽 지사의 지난해 매출 및 당기순이익은 소폭 감소했지만 중국지사는 급성장했다. 전체적인 매출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최근 금속 주물을 위시한 마더머신 산업이 부진을 딛고 턴어라운드하고 있다. 


◆ 중흥과 외형성장 경쟁 돌입 해석도


호반그룹의 이 같은 외형 성장 전략에 대해 중흥건설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호반건설이 자산 10조원을 넘기며 대기업집단에 입성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중흥건설이 대우건설 인수에 나서며 자산규모를 2배 가까이 키웠기 때문이다. 호반그룹과의 격차도 10조원 가까이 벌어질 전망이다. 호남 출신 건설사의 맞형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형국이다. 


두 그룹 사이의 미묘한 경쟁은 이번 대우건설 인수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두 그룹은 동향 기반의 동반자로서 협력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경쟁자로서의 행보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며 "이번 대우건설 인수전에 호반건설이 깜짝 등장한 것이 그 예"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호반건설은 크레디트스위스(CS) 등을 앞세워 빅배스 가능성과 해외사업장 부실에 초점을 맞춰 대우건설 실사를 진행했다"며 "업계에선 호반건설의 인수 의지가 크지 않음에도 참여한 것은 경쟁을 부추겨 중흥그룹의 고가 입찰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로 중흥이 DS네트웍스 컨소시엄 대비 5000억원이나 높은 입찰가를 낸 것이 알려지자 중흥은 그 책임을 물어 금융자문사였던 미래에셋증권을 제외시켰다"며 "중흥도 최초 입찰 당시 써낸 가격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초 대한전선을 인수한 목적도 달리 해석할 여지가 있다. 김 회장의 삼남매 승계보다는 중흥에 뒤지지 않도록 자산규모를 늘리는데 목적이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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