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65일 파리만 날려도 문 닫지 않는 가게
매출 없어도 순이익 고공행진…재벌家 개인회사 악용 악습 뿌리 뽑혀야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9일 08시 0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류세나 산업1부 차장] 1년 내내 장사하고도 5000만원밖에 못 번 회사가 있다. 벌써 2년째 연매출이 5000만원이다. 상시 직원수는 3~4명 정도인데, 매년 급여로 나가는 비용만 헤아려봐도 3억원이 훌쩍 넘는다. 당연히 적자일 수밖에. 영업적자도 한 두 해 일이 아니다. 2010년부터 작년까지 벌써 11년째다. 신기하게도 이 회사는 오늘도 성업중이다. 


이 회사 유지 근간은 매년 쏠쏠하게 들어오는 고정 배당수익과 적지만 언제나 실적의 100%를 책임져주는 계열 매출이다. 특히 또 다른 가족회사는 사업목적 외 계약을 통해 매년 곳간을 가득 채워주고 있다. 그 덕에 이 회사는 주사업에선 파리 쫓기에 바쁘면서도 연간 수십억~수백억원의 순이익을 챙긴다. 


그저 꿈 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그들이 사는 세상에선 비일비재한 일이다. 매출과 영업이익만 보면 당장 문 닫아도 이상하지 않은 이 회사는 한국타이어그룹 오너 3세(조현식, 조현범, 조희경, 조희원) 넷이 지분 100%를 나눠 갖고 있는 신양관광개발이다. 


재계에선 총수일가 개인이나 가족회사 중 연매출 0원인데, 임대료에 인건비 등 가만히 앉아서 돈만 쓰고 있는 페이퍼컴퍼니가 수두룩 빽빽하다. 이런 회사들은 대부분 경영승계 과정에서 자금줄 역할을 하거나 종자기업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재벌들은 자손에게 가업을 세습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내재화해왔다. 오너 중심 경영, 리더십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기업성장과 기업 발전을 일군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반대 급부도 만만치 않다. 부의 세습을 위해 종자기업을 세우고, 일감몰아주기와 배당 등을 통해 얻은 돈을 승계 자금줄로 사용하는 건 다반사다.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성장한 종자회사를 상장시킨 뒤 해당 기업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새 판을 짜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이다. 


반대로 경영승계 지렛대 미션을 수행하지 못한 한화 오너 3세(김동관·동원, 동선) 회사 에이치솔루션은 최근 오너로부터 자회사에 역합병시키겠단 통지서를 받아 들었다. 에이치솔루션을 활용한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회사 존재 이유 또한 사라졌기 때문이다. 


에이치솔루션은 사익편취 논란이 일면서 2017년 핵심사업인 시스템통합(SI) 부문을 물적분할하고, 2018년부터는 매출 '0원'의 개점휴업 상태로 유지돼 왔다. 신양관광개발과 마찬가지로 매출은 없었지만 배당금 수령 등 가외수익은 쏠쏠했다. 매출이 전혀 없던 2018~2020년에도 9억~1241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그때마다 삼형제 통장엔 수십억~수백억원의 배당금이 꽂혔다. 종자기업으로의 미션 달성엔 실패했지만, 한화 삼형제는 그간 수령한 누적 배당금(1990억원) 덕에 투자금(1352억원) 전액을 회수하고 차익도 일부 남겼다. 


기업들의 영원한 숙제는 변화에 따른 지배구조 전환·개편이다. 더불어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 바로 총수일가 회사다. 수년 째 실적도 없이 앉아서 자본금만 까먹고 있는 회사를 유지하고 있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최근 살펴본 총수일가 회사 중엔 십년 넘게 문만 열어두고 있는 곳들이 여럿 있었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도 이미 오래 전 일이다. 매년 매출 없이 임대료, 기타 잡비만 빠져 나가는데, 청산의 기미는 전혀 없다. 도대체 왤까.


시대가 바뀌었다. 부의 대물림을 무조건 부정하지도 않는다. 시대가 요구하는 건 눈속임이 아닌 정공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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