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요구르트 발효유 제품인 '메치니코프'에 대해 개인적으로 어릴때부터 어른들이 마시는 제품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단순히 어른들의 제품이란 인식보다는 '생명연장의 꿈'이란 광고카피가 뇌리에 박혀있던 게 주효했을 터다. 당시 부모님께 정말 메치니코프를 마시면 생명이 연장되냐고 여쭤봤고 부모님은 빙그레 웃으시면서 어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시곤 했던 기억 또한 선명하다.

지난해 발발한 코로나19는 개인이나 한 집단을 넘어서 사회 전체로 어마어마한 변화를 야기했다. 면역력에 대한 이슈는 물론이고 삶의 방식과 경제활동에도 반영되고 있다. 좋든  싫든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미래로 흘러가는 이 시점에서 국내 기업들의 전문경영인(CEO)들도 고난의 세월을 보내는 듯 하다.

CEO는 한 기업에 대한 경영을 맡고 또 그에 따른 영광도 같이 누리지만, 단명하기 쉽다는 불명예도 불가피한 '양날의 칼'같은 존재들이다. '돈 더 버는 계약직'이라는 딱딱한 수사를 떠나서 그간 이끌어오던 기업이었지만, 코로나19 타격으로 실적부진 등에 휘말리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한 CEO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익을 우선시하는 기업 특성상 단순히 실적부진에 따른 책임성 퇴진이었다면 더 할말은 없겠지만 정말 수상한 유통기업들이 몇 곳 존재한다. 이른바 1년도 안돼 CEO들을 교체해버리는 기업들이다. 그것도 한번이 아닌 여러번이다. 특정 모 기업은 5년간 교체한 CEO만 5명이 넘는다. 이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채 보여주기도 전에 짐을 싸야했다. 오죽했으면 CEO들의 무덤이란 오명까지 나올 정도다. 흥미롭게도 이와중에 기업들은 퇴진 이유에 대해 일신상의 사유임을 들어 숨기기 바빴다. 갑자기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이유도 나왔다.

어렵사리 연락이 닿아 만난 한 유통기업 전 CEO는 "외부에서 영입되든 내부에서 선임되든 CEO의 존재이유는 실적 한가지로 귀결되는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배에 사공이 많으면 어찌되는지 알고 있지 않나"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기업이 나아가야하는 방향은 기업의 이익인데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오너일가나 대주주의 방향이 다소 다를 때가 있다"며 "자세한 내막은 언급하기 어렵지만 대부분의 단명하는 CEO들이 그런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음모론을 펼치고 싶지 않다. 기업들이 오너경영이나 전문경영을 택하는 것은 오직 그들의 몫이다. 기업마다의 사정이 있기에 어느 한쪽이 더 잘한다고 분명히 판단할 수 있는 사안 또한 아닐 것이다. 다만 그 쪽을 선택했다면 기업 내에서도 신뢰로 보답해야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당초 임기를 보장한다거나 적어도 1년동안만큼은 말이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역린을 건드려서일까. 속이 쓰린 듯 냉수한잔을 들이키는 전 CEO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수 없다. 속을 진정시키라고 내심 메치니코프 한병을 선물로 주고 싶었지만 이내 정신을 다잡았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메치니코프의 광고카피는 그냥 카피일 뿐이다. 그런데 기자들이 타사에 '물 먹지 않기위해서' 실제로 물 마시는 것도 조심하는 것처럼 매사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 않나. 어려운 시국이다. 국내 기업들을 이끌고 있는 CEO 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 분들과 메치니코프로 한잔하는 그날까지 '치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