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엄주연 기자] 패션그룹형지가 재도약을 위한 채비로 분주하다. 창업주인 최병오 회장이 3개 주력 계열사 대표를 겸임하며 책임 경영을 강화한데 이어 형지에스콰이아 장기 재고자산을 한번에 털어냄으로써 재무 안정성을 꾀하고 있다. 형지는 전사적인 패션업 정비를 통해 올해를 그룹 재도약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형지엘리트(6월 결산법인)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매출 139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5.8%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7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업황 악화로 인해 매출 하락과 영업이익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종속회사인 형지에스콰이아의 장기재고자산 손상으로 인한 충당금이 영업손실을 증가 시켰다. 손상차손은 회사가 보유 중인 유·무형자산 가치가 장부가보다 떨어졌을 때, 이를 회계에 손실과 비용으로 반영하는 것을 뜻한다. 형지에스콰이아는 장기 재고를 털어냄으로써 회계상 리스크를 줄이고 향후 재무 안정성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형지엘리트 관계자는 "형지에스콰이아가 그동안 쌓은 장기 재고들을 한꺼번에 반영하다 보니 형지엘리트 영업손실이 증가했다"면서 "현재는 감사 보고 전이라 구체적인 충당금 규모는 9월 감사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손상으로 인한 충당금이 회계에 반영된 것은 최병오 회장의 결단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지난 12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형지에스콰이아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책임경영 차원에서 가장 먼저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다. 최 회장은 모회사인 패션그룹형지(형지어패럴 사명 변경 예정), 형지엘리트, 형지에스콰이아 등 3개 계열사를 직접 경영하고 있다.

형지에스콰이아는 오랜 기간 부진을 겪어 왔다. 2015년 사모펀드에 매각됐다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에스콰이아를 형지엘리트가 인수했지만, 이후 패션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형지에스콰이어의 매출은 제60기(2019.7~2020.6) 기준 773억원, 영업이익은 6억원으로 나타났다. 2019년 적자에선 벗어났으나, 패션 업황 전체가 부진한 탓에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

매출채권 및 재고자산 회전기간도 길어졌다. 형지에스콰이아의 매출채권은 2016년 30.4일에서 지난해 32.8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재고자산 역시 108.5일에서 138.6일로 길어졌다. 통상 기업들은 현금 확보를 위해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을 줄이는데, 이 기간이 길어졌다는 것은 제품 판매가 원활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형지엘리트 관계자는 "형지에스콰이아가 코로나19로 인한 패션 업황 부진으로 판매가 부진했다"면서 "최병오 회장 대표이사 선임을 통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온라인 및 홈쇼핑 등으로 유통 채널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병오 회장은 올해를 그룹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경영 개선과 혁신, 시스템 재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형지엘리트는 상하이 법인 영업에 집중하는 한편, B2B사업(유니폼, 스포츠상품화)을 통한 매출 증대를 노리고 있다. 상해엘리트는 지난 3월 이사회를 통해 2022년까지 84억원을 투자하고 2023년 500억 매출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