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업계의 라면스프, 메타버스
메타버스 유행에 감춰진 사업의 본질 파악해야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7일 08시 0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신진섭 기자] 라면스프는 신통방통하다. 어쭙잖은 국물요리에도 라면스프를 넣으면 얼렁뚱땅 그럴싸한 맛이 난다. 최근 메타버스 유행을 보고 있노라면 라면스프가 떠오른다. 실적, 비전이 비실비실한 기업에 메타버스 테마만 첨가하면 미래가 촉망되는 그럴싸한 기업으로 비쳐진다.


메타버스의 미래가 밝다고 외치는 사람은 한 무더기인데 정작 메타버스가 무어냐고 물어보면 대답은 신통치 않다. 아바타, 가상세계, 현실과 가상이 융합된 등 추상적인 설명으로 점철한다. 결국 메타버스가 잘 나갈 이유는 메타버스가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순환논리에 빠지는 이가 대부분이다. 메타버스 산업의 정의도 모호하다. 인터넷 기반으로 캐릭터가 들어가 있는 사업이라면 일단 메타버스를 물고 늘어진다는 인상을 받는다.


사실 메타버스는 별반 새로운 용어가 아니다.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처음 나왔으니 벌써 20년이 지났다. 혁신적인 개념도 아니다.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가상현실(Cyber Space)로 메타버스를 대체해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다. 가상현실이란 용어를 발굴해낸 윌리엄 깁슨의 소설 '뉴로맨서'는 1984년 출간됐으니 메타버스의 기원은 30여년 전으로 볼 수 있다.


해묵은 메타버스를 다시 호명한 주체들은 빅테크 기업들이다. 특히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회장은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회사"라며 유행을 선도했다. 경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부상으로 지지부진한 페이스북 주가를 지탱하기 위해, 가상현실(VR) 기기 오큘러스를 팔기 위해 메타버스 시대는 그에게 도래해야만 하는 당위였을 것이다. 잭슨 황 엔비디아 대표도 "메타버스 시대가 온다"며 가세했다. 3D 아바타는 메타버스의 필수 구성요소로 꼽힌다. 그래픽카드(GPU)를 파는 엔비디아로서는 메타버스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우연찮게도 페이스북과 엔비디아의 주가는 올해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메타버스 대망론자들은 메타버스를 바이오에 빗대기도 한다. 현재 수익성은 낮으나 미래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둔 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바이오와 메타버스는 궤가 다르다. 적어도 바이오 산업에는 임상‧생동성 실험이라는 마일스톤이 있으며 신약개발을 통해 수익을 내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존재한다. 메타버스는 어떤가. 역병으로 사람들이 집에 체류하는 시간이 늘었으니 잘 팔리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 기대는 형국이다. 적자기업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흑자를 낼 수 있으리라는 계획조차 불투명하다.


라면스프는 맛의 폭군이다. 자극적인 맛으로 재료 본연의 특성을 덮어버린다. 메타버스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강렬한 용어로 기업의 특성을 뭉뚱그리고 있다. 사업보고서를 검토하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달라진 것은 별반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게임사는 여전히 게임을 만들고, 빅데이터 회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현명한 투자를 위해선 유행 아래 감춰진 실제 사업 내용을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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