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보폭 넓히는 자산운용사 왜?
타이거자산운용 등 창투사 등록···"벤처투자 확대 목적"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7일 16시 5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최양해 기자] 국내 사모자산운용사들이 벤처투자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자회사로 벤처캐피탈을 설립하거나 창업투자회사(창투사) 라이선스를 직접 확보하고 나섰다. 라임펀드와 옵티머스펀드 사태 이후 은행 수탁이 어려워지자 일종의 우회로를 찾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7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자산운용사 두 곳의 창투사 신규 등록을 허가했다. 타이거자산운용투자일임(이하 타이거자산운용)과 티케인베스트먼트다.


타이거자산운용은 헤지펀드로 유명한 자산운용사다. 지난 6월말 기준 5000억원이 넘는 운용자산(AUM)을 굴리고 있다. 창투사 등록은 올 2분기부터 준비해왔다. 이때부터 'VC팀'을 조직해 운용역 2명과 관리직 1명을 배치했다. 지난달에는 창투사 최소 자본금(20억원) 요건을 맞추기 위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준비 과정을 마쳤다.


티케인베스트먼트는 설립 3년차 신생 자산운용사다. 디지털 광고기업 '인크로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던 육상근 대표가 설립했다.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대형 벤처캐피탈인 스톤브릿지벤처스와 여러 딜(Deal)을 협업하며 벤처투자 시장에 뛰어들 기반을 다져왔다.



이들 자산운용사는 투자 범위 확대 차원에서 창투사 라이선스를 획득했다는 입장이다. 우선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단계 비상장사 투자를 시작으로 벤처투자 범위를 점차 확대해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별도 법인을 설립하지 않고 직접 라이선스를 취득한 건 투자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 투자 범위 확대에 가려진 속내는?


업계에선 사모자산운용사들의 창투사 등록이 투자 범위 확대라는 표면적 이유 외에도 다른 속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벤처투자조합을 투자기구(비히클)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시선이다.


자산운용사들이 그동안 창투사 영역으로 진입하지 않은 건 사모펀드로도 충분히 후기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어서다. 굳이 까다로운 규제와 납입자본금 요건을 맞춰가며 진입할 이유가 부족했다.


그러나 라임펀드와 옵티머스펀드 사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은행에서 사모펀드 수탁을 거절하면서 다른 형태의 펀드 운용이 필요해졌다. 본격적인 벤처투자를 위해 창투사 등록을 추진한 목적도 있겠지만, 핵심은 수탁 업무가 비교적 수월한 벤처투자조합을 활용하려는 의중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산운용사 출신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최근 큰 사건사고가 터지다보니 전문사모펀드라고 하면 고객이 다 도망간다. 고객뿐 아니라 은행도 수탁을 꺼린다"면서 "그에 비해 벤처펀드는 수탁이 수월한 편이다. 신생 벤처캐피탈인 우리도 어렵지 않게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태펀드 등 정부 자금 규모가 커진 것도 자산운용사의 벤처캐피탈 업계 진입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블라인드펀드 위탁운용사 자격을 따내면 일정 기간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데다, 최근 열기가 한풀 꺾인 사모펀드보다 벤처투자에서 견실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밖에 소득공제와 같은 세제혜택을 출자자에게 어필할 수도 있다.


◆ 유리한 방향으로 발길 이어질 것


업계에선 자산운용사들의 벤처투자 시장 노크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탁사들이 걸어 잠근 빗장을 풀기 전까진 자구책을 찾아야하는 까닭이다.


100억원대 자본금 요건만 맞출 수 있다면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로 등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푸른파트너스자산운용은 PE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신기사 '푸른인베스트먼트(가칭)'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신기사는 창투사보다 투자기구 활용도가 높고, 수탁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도 펀드를 만들 수 있어 유리하다.


다만 대부분 사모자산운용사의 설립 자본금이 10억원 수준으로 크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 경우 앞선 사례처럼 창투사 라이선스를 획득하거나 신기사와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을 공동운용(Co-GP)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원회가 전문사모운용사와 신기사가 공동으로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을 운용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신기사와 자산운용사가 Co-GP를 이뤄 신기술조합을 결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자산운용사로선 펀드를 단독으로 운영하는 것보다 수익성이 줄긴 하지만 우회로를 통해 펀드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며 "신기사와 Co-GP를 활용하든, 벤처캐피탈 라이선스를 획득하든 유리한 방향으로 발길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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