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일운 기자] 법원이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소유의 지분이 제 3자에게 넘어가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의 가처분을 인용했다. 법원은 홍 회장이 남양유업 지분 매매 거래종결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재판에도 착수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8월 23일 한앤컴퍼니가 홍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전자등록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은 가처분 직후 한앤컴퍼니와 홍 회장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문서를 각각 송달한 상태다.
남양유업은 이같은 내용을 8월 30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다만 "한앤컴퍼니가 전자등록주식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라고 언급했을 뿐 가처분 결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틀 뒤 공시에서도 "양수인(한앤컴퍼니)이 2021년 8월 23일부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라고만 명시했을 뿐, 가처분 결정이 내려졌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한앤컴퍼니는 가처분 결과를 기반으로 홍 회장이 주식매매계약을 이행해줄 것을 청구하는 본안 소송도 제기했다. 한앤컴퍼니는 "계약 당사자들의 합의가 없는 경우 매매대금 지급과 주식 이전 시기가 8월 31일을 넘기지 못한다"는 내용의 계약상 조항을 기반으로 소송에 나섰다.
홍 회장은 계약상에 명시된 거래 종결일일 다음날인 1일 자신이 선임한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를 통해 "한앤컴퍼니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한앤컴퍼니가 약정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한앤컴퍼니는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홍 회장의 지분이 3자에게 매각되지 않도록 하는 가처분이 내려진 것만 하더라도 계약은 유효하다는 것이 한앤컴퍼니 측 설명이다.
양 측의 대립은 크게 세 가지 쟁점에서 비롯된다. 홍 회장은 ▲한앤컴퍼니가 쌍방 합의된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으며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한데다 ▲인사 개입 등을 통해 남양유업의 주인 행세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쌍방이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실이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한앤컴퍼니는 "모든 합의사항은 계약서를 포함한 서면에 명문화돼 있다"라는 입장이다. 또한 통상적인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사항들을 홍 회장 측이 '부탁'이라는 명목으로 제시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비밀유지 의무에 대한 부분은 기본적으로 남양유업이 실시한 공시를 통해 알려진 것 외에는 추가적인 사실이 없다는 점에서 홍 회장 측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게 M&A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남양유업은 여러 차례의 공시를 통해 계약 금액과 거래대상 지분, 주주총회 일정 등을 대외적으로 공표해 왔다.
홍 회장 측이 주장하는 인사개입 문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M&A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분위기다. 상장사 M&A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먼저 열어 경영진을 교체하고, 동시 또는 약간의 시차를 두고 주식이전 절차를 밟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다. 오히려 홍 회장이 퇴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자녀들을 임원으로 재직시키는 등의 행보를 나타냈다.
M&A 업계에서는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막론하고 30건에 가까운 바이아웃(Buy-out) 거래를 성사시켜 온 한앤컴퍼니가 통상적인 관행을 벗어나는 절차를 밟았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나 한앤컴퍼니가 완수한 대다수의 바이아웃 거래가 오너 일가의 지분을 매입하거나, 대기업의 구조조정 매물을 인수하는 등의 난이도 높은 거래였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매도자 측을 자극하거나 제반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제로(0)에 수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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