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판호에 게임규제까지 '산 넘어 산'
중국 청소년 대상 고강도 규제 탈중국 가속화...한국 게임산업 위축 우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2일 08시 0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픽사베이)


[팍스넷뉴스 최지웅 기자]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 시장 공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 정부가 미성년자의 게임 이용시간을 일주일에 3시간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규제안을 발표하면서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그간 외자판호(해외 게임의 중국 서비스 허가권) 발급 중단으로 가뜩이나 어려웠던 중국 진출이 강도 높은 규제 정책으로 더욱 힘들어지게 됐다. 넥슨 '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 등 이미 중국에서 자리 잡은 게임은 물론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 등 앞으로 출시될 신작까지 모두 규제 영향권에 놓이면서 탈중국화 움직임이 또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중국판 셧다운제'에 국내 게임업계 촉각



지난달 30일 중국 국가신문출판총서가 발표한 규제안에 따르면 1일부터 18세 미만 청소년은 금·토·일요일과 법정공휴일 동안 오후 8~9시 하루 1시간만 게임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미성년자의 게임 접속을 원천차단하는 고강도 규제안이다. 지난 2019년 도입한 이른바 '중국판 셧다운제'의 연장선상이다. 기존 규제는 주중 1시간 30분, 주말 3시간까지 게임 이용을 허용했다.


중국 게임규제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지난달 3일 중국 관영 매체가 온라인 게임을 '정신적 아편'이라고 표현하며 게임 규제를 촉구했다. 중국 최대 게임 퍼블리셔인 텐센트가 자율적으로 미성년자의 게임 이용 시간을 평일 1시간, 주말 2시간으로 줄이고 12세 미만의 게임 아이템 구매를 금지하는 등 한발 빠른 조치에 들어갔지만 고강도 규제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국내 게임사들도 갈수록 거세지는 중국 규제 방침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게임산업 특성상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게임산업 수출액은 66억 5778만달러(한화 약 7조7606억원)에 이르렀다. 이 중 중국 수출 비중이 40.6%로 가장 컸다.


(사진=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


중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크래프톤은 관련 게임이 미성년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이어서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크래프톤은 중국 텐센트의 배틀로얄 게임 '화평정영'에 대한 기술 검수 수수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화평정영이 미성년자 이용이 가능한 게임으로 규제 영향권에 놓여 있다. 화평정영이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중국의 게임 규제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판호를 발급받아 중국 진출을 준비 중인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도 대비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12세 이용가로 선보인 검은사막 모바일을 중국에서는 청소년이용불가 버전으로 출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펄어비스는 중국 규제와 관계없이 연내 검은사막 모바일을 차질 없이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국산 게임 대부분이 성인 대상이라는 점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국에서 판호를 받아 출시할 수 있는 게임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면서 "국내 게임사 상당수는 주력 연령대가 19세 이상 성인인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에서 가장 선호하는 PC 온라인게임으로 꼽히는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는 청소년이용불가로 서비스되고 있어 규제 영향권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중국에서 동남아로 '탈중국화' 가속


하지만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탈중국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게임사들은 여전히 중국 판호 발급 문제와 씨름하며 중국 시장 진입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 판호를 획득한 게임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지만 전면 개방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고강도 규제 방침까지 더해지면서 중국 진출 의지마저 꺾고 있다는 반응이다.


이에 웹젠, 엠게임, 한빛소프트 등 다수 게임사가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동남아시아 등 성장성 높은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태국·싱가포르·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빅6는 최근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이 급증하면서 이용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웹젠은 올 상반기 모바일 MMORPG '뮤 아크엔젤'의 해외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 해외 매출 비중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엠게임은 열혈강호 IP를 활용한 '진열혈강호'를 이달 중 태국과 베트남에 출시할 예정이다. 한빛소프트도 지난해부터 모바일게임 '클럽오디션'의 해외 서비스 지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이미 한한령 때문에 중국 시장을 포기하고 신흥국으로 눈을 돌린 게임업체들이 적지 않다"면서 "중국 시장을 뚫기만 하면 노다지가 펼쳐질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글로벌 전략을 새로 짜야한다"고 조언했다.


◆만만한 한국 거세지는 中 게임 공습 


중국 게임시장은 판호 등 자국 게임 우선 정책을 앞세워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했다. 자국 게임사만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는 보호장치를 적용해 해외 게임의 진입을 막는 동시에 자체 개발 게임들을 적극적으로 해외에 공급하는 전략을 펼쳤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에 따르면 중국 게임시장은 지난해 47조원 규모로 커졌다. 2014년 이후 연평균 16% 이상 성장한 셈이다. 이 추세라면 내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게임 시장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자국 게임까지 옥죄는 규제 정책으로 인해 중국 게임 시장에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게임사들이 규제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최우선 진출 지는 한국이다. 신흥국에 비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높아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게다가 국내 모바일 게임 순위 상위권을 수차례 휩쓸었을 정도로 중국 게임사들이 시장 공략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중국산 게임 공습에 맞서 국내 게임사들이 경쟁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과 교수)은 "중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 중국 게임들은 해외로 나가려는 압력을 받게 된다"며 "가장 만만하고 쉬운 시장이 한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게임과의 경쟁 역시 격화될 것"이라면서 "국내 게임사들이 공격적으로 신규 IP를 개발하는 등 경쟁력을 키우지 않는다면 글로벌 입지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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