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건진 게 없는 사조산업 투자
대규모 기금운용 손실에도 오너 전횡 견제 못 해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3일 16시 5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최보람 기자] 국민연금공단의 사조산업 주식 투자는 운용 및 오너일가 견제 등 여러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단 평가를 받고 있다. 장기 투자 끝에 200억원 가량 손해를 봤고 그간 사조산업 특유의 오너리스크를 해소하는 데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10년 여간의 사조산업 투자로 본분인 기금운용면에서 40%대 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같은 기간 지수 2000 정도였던 코스피가 60% 가까이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국민연금은 2012년 3월 사조산업 주식을 처음 사들인 이후 2019년 5월 9일 까지 종가 기준으로 총 81만4394주를 6만8179원에 매수했다. 반대로 지난 2월 5일까지 국민연금은 사조산업 주식 59만1854주를 매도했는데 주당 단가는 매입가 대비 33.4% 감소한 4만5426원에 그쳤다. 주가가 2~3만원 대에 머물던 지난해와 올 연초에 매도 물량이 몰렸던 영향이 컸다.


국민연금이 사조산업 잔여주식 대부분을 언제 매도했는지는 알 순 없다. 지난 5일 사조산업 주식을 매도할 당시 보유지분이 5% 미만(4.45%)으로 떨어진 뒤로는 금융감독원 및 한국거래소에 공시할 의무가 사라졌다. 관련 업계는 2월 5일부터 7월 초까지 사조산업 평균 종가가 5만원대 초반에서 형성됐단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은 잔여지분 매각 때 20%대 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개별 기업 주식투자에서 이익을 못 낸 것은 사조산업 사례 뿐 만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이 기간 타 사에 종용했던 주가 제고안(배당확대 등)을 사조산업에 요구하지 않았고 주가가 떨어질 때 주식을 대량 매도하며 손실 폭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투자를 통해 사조그룹 오너의 전횡을 막는데도 역부족이었다. 국민연금은 사조산업 정기주주총회때 거수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인사들의 이사회 입성을 막고자 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오너일가와의 지분율 격차가 컸던 까닭이다.


국민연금 등이 저지하지 못한 안건은 올해 불거진 사조그룹과 사조산업 소액주주 간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친(親) 오너성향으로 꾸려진 사조산업 이사회가 오너 3세인 주지홍 사조산업 부사장 소유 부실회사와 사조산업 자회사간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게 경영권 분쟁의 서막이다.


소액주주연대는 국민연금의 사조산업 주식 매도 시점이 절묘했단 반응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이 사조그룹에 제대로 입김을 낼 수 있게 된 지금에는 정작 존재감을 드러낼 수 없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사조그룹 오너일가와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는 오는 19일 열릴 사조산업 임시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쟁점은 '3%룰'이 적용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감사위원인 사외이사에 소액주주 측 인사가 합류할지 여부인데 국민연금은 과거 수준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사조산업 지분을 작년과 올해 집중 매도하면서 현재(7월 초 기준) 지분율이 0.8%에 그치고 있는 탓이다.


국민연금의 행보에 대해 사조산업 소액주주 측은 정부가 나서서 주 회장 일가를 도운 셈이 됐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주가가 낮다고 판단될 때 저점에서 분할 매수하고 고점에서 파는 형태로 투자를 해야 하는데 사조산업의 경우에는 반대로 매매를 해 왔다"면서 "경영권 분쟁이 빚어지기 시작할 때 주식을 대거 매도한 것도 의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사조산업 보유 지분이라도 팔지 않았다면 14일 주총에서 어느 정도 역할은 하지 않았겠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우에 따라 사조 일가-소액주주 모두 국민연금의 0.8% 의결권이 아쉬워 질 수 있는 만큼 캐스팅 보트로서 충분한 영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3%룰'해당 안건을 기준으로 소액주주연대 측이 확보한 의결권은 20% 안팎으로 추산된다. 주 회장 등 사조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25%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소액주주들이 주총 전까지 지분을 추가 확보할 경우에는 박빙 승부가 펼쳐질 수 있다.


사조산업과 관련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분율 공시를 하지 않게 된 이후 주식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 지를 공개할 수 없다"면서 "본 기관은 지분 10% 이상 보유 등 특정 조건이 충족될 경우 미리 의결권 내역을 밝힐 순 있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임시주총 당일에 확인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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