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편취 규제, 혁신 기업에는 '큰 걸림돌'?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어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7일 15시 4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노우진 기자] 카카오·네이버 등 IT 기업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대상 중심에 선 가운데 이러한 사익편취 규제가 IT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사익편취가 발생 가능성이 낮음에도 규제 대상에 속해 산업 특성상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때로는 분사도 필요한 혁신 IT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거나 올해 말부터 규제가 적용되는 사익편취 감시 대상 기업 수는 총 709개로 늘어났다. 이는 전년대비 111개 늘어난 수치다. 특히 카카오·네이버와 같은 빅테크 기업은 물론 넥슨·넷마블 등 대형 게임회사도 이에 포함됐다.


◆ 사익편취 규제, IT 기업 증가 비율 높아



공정위가 1일 발표한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분석·공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말 사익편취 규제대상·사익편취 사각지대 회사는 총 709개다. 이중에서도 특히 IT 기업이 눈에 띈다. IT 기업집단의 사익편취 규제대상·사익편취 사각지대 기업은 전년도 6곳에서 27곳으로 4.5배나 늘었다. 이번에 늘어난 111개 기업 중 21개 기업이 IT 관련 기업으로 다른 산업 대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네이버(1개) ▲카카오(2개) ▲넥슨(2개) ▲넷마블(1개) 등 4개 집단에서 총 6개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각지대 회사는 ▲카카오(2개) ▲넥슨(3개) ▲넷마블(16개) 등 총 21개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의 부당 내부거래를 막기 위해 특수관계인이 3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 계열회사·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계열회사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라고 한다.


사각지대 회사는 ▲현행 사익편취 규제에 제외된 총수 일가 보유 지분이 20~30% 수준인 상장회사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가 50% 초과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상장 사각지대 회사가 50% 초과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익편취 규제는 보편적인 기업 구조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산업 특성과는 큰 상관이 없다"며 "빅테크나 게임 기업 같은 IT 기업 역시 자회사를 통해 부당 이득을 취할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한 규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 대상에 포함됐을 뿐 실제로 공정위가 개입하는 것은 규제 대상에 들어간 기업에서 부당한 내부 거래가 일어났을 때"라고 덧붙였다.


◆ IT 산업 발전 막는 구시대적 규제?


공정위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는 IT 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실제 내부거래가 부당한지 정당한지 뚜렷하게 구분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IT 기업 특성상 모회사와 자회사가 구조적으로 연결돼 사업을 확장하거나 강화할 필요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내부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이마저 규제 대상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IT 기업은 기업 효율을 위한 인수합병에 앞서 내부거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쌓아 가는 경우가 많은 IT 산업 특성상 과거 시대에 맞춰 만들어진 사익편취 규제가 심각하게 다가온다. 


IT 사업은 발 빠른 혁신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덩치가 커진 IT 대기업은 혁신을 하기 어려워진다. 이때 IT 대기업은 다양한 시도를 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법으로 혁신을 품게 된다. 이러한 IT 생태계는 투자를 하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공들인 혁신과 기술에 정당한 값어치를 부여받을 수 있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필요한 부분이다. 


한 IT 기업 관계자는 "어느 기업에나 사익편취는 큰 문제이며 이것을 견제하고자 하는 공정위의 의도는 이해하며 존중한다"며 "다만 (규제를) 하더라도 산업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걸맞은 형태의 규제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 크게 보이는 게임 기업에도 규제 불똥


게임업계는 더욱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임 비즈니스 특성상 내부거래가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3N(엔씨, 넥슨, 넷마블)이라 불리는 대형 게임사 중 넷마블이 곤란한 위치에 처했다. 현재 이데아게임즈·넷마블넥서스·넷마블네오 등 넷마블 계열의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자회사들이 규제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국내 메이저 게임 기업은 사업·운영·마케팅 등 퍼블리싱(유통)을 담당하는 모회사가 개발 스튜디오 자회사를 여럿 거느리는 구조다. 게임 개발과 유통, 운영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는 국내 게임 업계의 중요한 경쟁력이다. 


하지만 이런 구조는 내부거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게임 기업 자회사 매출은 대부분 모회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하기 때문. 게임기업 내부거래 비중은 매출의 70%에서 높게는 90%에 육박한다. 


대표적인 예가 넷마블이다. 게임산업에서 바라본 사익편취 규제에 대해 한 관계자는 "내부거래를 피하고자 넷마블 자회사가 만든 게임을 넷마블이 아닌 다른 기업이 퍼블리싱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게임 업계 구조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규제"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게임회사 관계자는 "게임 기업 특성상 이러한 규제는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보통 어떤 게임이 흥행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다수 개발사에 투자를 하고 성공 가능성을 확인된 개발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회사로 편입이 되면 내부거래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사익편취 규제가 처음 시행된 것은 지난 2014년 2월이다. 게임산업을 비롯한 IT 산업은 그로부터 빠르게 발전했고 제조업 등 전통적인 산업과 달리 새로운 생존법을 찾았다. IT 산업의 계열화는 특성상 일반적인 수직계열화와는 차이가 있다. 일률적인 규제가 IT 산업에 적용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사익편취 규제가 실효성을 발휘하려면 산업별 특수성을 고려하고 시대정신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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