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판 짜는 SK
배보다 배꼽 큰 SKT…'하이닉스 족쇄 풀어라'
④ '중심에서 변방까지' 동시다발 구획정비…투자 통로 뚫고, 의사결정 슬림화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0일 08시 1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뉴 SK' 도약을 위한 계열사 지배구조 개편에 한창이다. 키워드는 최태원 SK 회장이 제시한 '파이낸셜스토리(미래성장)'다. 2025년까지 SK㈜ 시가총액을 현재 18조원에서 140조원으로 키워보이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했다. 핵심사업은 '첨단소재·그린·바이오·디지털' 등 4대 분야다. 그룹 주력사업인 반도체, 통신, 에너지 등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영역이다. 이는 곧 4대 영역에 대해선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를 걸지만, 반대로 연관성이 적거나 시너지가 낮은 사업은 과감하게 조정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팍스넷뉴스는 주요 계열사 간판을 바꾸고 대주주 지배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SK그룹의 변화와 전망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팍스넷뉴스 류세나 기자]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명분은 경영 효율화·주주가치 극대화다.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설립을 위한 인적분할을 시작으로 SK이노베이션 배터리-석유개발 물적분할, SK㈜-SK머티리얼즈 합병 등 굵직한 사업재편 결정들이 최근 넉달새 연쇄적으로 나왔다.


사업재편에 나서는 계열사의 공통점은 SK그룹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핵심이라는 점이다. 계열사별 자산 규모나 실적, 시가총액 등만 봐도 이미 그룹 최상단에 자리 잡고 있다. SK그룹은 일련의 기업분할과 합병 작업을 통해 막혀 있는 투자 통로는 뚫고, 비대해진 조직은 민첩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덕에 기업가치 재평가 기반도 마련했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이 '2025년 SK㈜ 주가 200만원, 시총 140조원' 목표를 제시한 만큼 당분간 SK 전 계열사에 걸친 크고 작은 변화가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의 변화가 핵심 계열사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다음 차례는 비주력 계열사나 사업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 재편 첫 타자 SK하이닉스, 자산·이익 그룹내 '1등'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그룹 계열사 구획정리의 첫 단추는 배보다 배꼽이 큰 SK텔레콤이다. 자회사인 SK하이닉스에 묶여 있는 규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다. 


SK가 SK하이닉스가 속해 있는 SK텔레콤 진영부터 손질을 했는지는 계열사별 자산, 실적 등 수치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뿐만 아니라 자산과 이익 모두 SK그룹 내 1위 법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SK 그룹 계열사(반기보고서 제출 계열사 연결 기준) 합산 자산액(약 235조9780억원)의 32.9%인 약 77조7179억원이 SK하이닉스 몫이다. 


반기 영업이익(약 4조390억원)과 순이익(약 2조9811억원) 측면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합산 반기 영업이익의 55.0%, 순이익의 47.0%가 SK하이닉스가 벌어다주는 성과다. 반기 매출(약 18조8159억원)은 SK이노베이션에 이은 2위로 집계됐다. 


오는 11월 둘로 쪼개지는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의 모회사다. SK텔레콤은 자산 규모론 2위(50조576억원)를 유지하고 있지만 매출은 SK하이닉스의 절반, 반기 영업이익은 5분의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의 경우 SK하이닉스 성과가 지분법 손익으로 반영되는 덕에 하이닉스에 이은 2위(1조3677억원)을 기록할 수 있었다. 시총 또한 SK하이닉스(77조1682억원, 6일 종가기준)와 SK텔레콤(22조504억원)간 격차는 3.5배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모회사 인적분할 작업이 마무리되면, 그간 모회사와 자회사간 사업영역이 달라 지원받지 못했던 간접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가 그룹 성장 기여도 1위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족쇄를 가장 먼저 푼 이유다. 


◆ SK이노, 배터리-석유개발 분할…자금조달 고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석유개발(E&P) 사업 분할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SK이노베이션의 반기 매출은 SK하이닉스를 뛰어 넘은 그룹 내 1위(20조3594억원), 반기 영업이익 순위는 2위(1조90억원)다. 자산 규모는 하이닉스, SK텔레콤에 이은 3위다.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SK그룹의 미래 성장을 주도할 핵심 계열사로 보고 있다. 시가총액(23조1164억원) 또한 그룹 내 넘버2 입지를 지키고 있다. 


특히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 개편을 단행하면서 신설법인(SK배터리, 가칭)을 SK㈜의 손자회사로 배치, 이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하는 배터리 사업의 외부투자 유치 기회까지 열어두는 묘수를 뒀다. 만약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을 거쳐 SK배터리를 SK㈜의 자회사(이 경우 지분율 33%)로 뒀다면, 공정거래법상 '상장 자회사 지분 20% 이상 유지' 조항 탓에 외부 투자 유치에 제한을 받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의 물적분할은 향후 필요한 자금 유치까지 고려한 현명한 개편 케이스로 평가된다. 


최근 SK㈜로 합병 후 상장폐지가 확정된 SK머티리얼즈는 자산이나 매출, 이익 등 규모 측면에선 하위권에 속한 기업이다. 그러나 이익률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매년 두 자릿수 이익률을 꾸준히 내고 있는 알짜 기업이다. 


올 반기로도 24.0%의 영업이익률과 23.9%의 순이익률을 기록했다. 작년 5월부터 2158억원 규모의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속에서 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눈에 띈다. SK㈜는 존속법인인 SK머티리얼즈 사업회사를 비상장 자회사로 두면서 이 회사를 통해 나오는 성과를 오롯이 SK㈜ 기업가치로 연결될 수 있게끔 구조를 다시 짰다.


◆ 최태원 회장 '파이낸셜 스토리', 핵심·비핵심 사업 솎아내기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관통하는 대주제는 최태원 SK 회장의 새 경영철학인 '파이낸셜 스토리'다. 


SK는 '첨단소재·바이오·그린·디지털' 등 4대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그룹을 확장하고, 반대로 연관성이 적거나 시너지가 낮은 사업은 과감하게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핵심·비핵심 사업을 솎아내는 작업도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는 사업 성장성에 한계를 보이는 플랜트 부문 분할 후 매각을 구상 중이다. 그룹 차원의 4대 핵심사업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고, 친환경·에너지 부문에 집중하는 그림이다. 이미 SK에코플랜트는 올 들어 클렌코, 대원그린에너지, 새한환경, 디디에스 등 폐기물 소각 관련회사 7곳을 인수(약 6000억원)하며 새 판을 깔아둔 상태다. 


SK에코플랜트에 대한 구조 개편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매출은 성장 정체에 빠진지 이미 오래고 영업이익 또한 급속도로 빠지고 있다. 올 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1.2% 빠진 1399억원이다. 영업이익률도 4.1%로 낮은 편이다. 


SK네트웍스는 1% 남짓한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에 그치고 있는데 사업개편 작업은 이미 진행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인공지능(AI) 및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렌탈·친환경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있다. 비주력인 상사업에서 핵심이었던 철강 트레이딩 사업은 내년 6월까지만 끌고 가고, 중고폰 유통사업과 타이어픽 사업은 각각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SK네트웍스의 궁극적 목표는 사업형 투자사로 전환하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조직개편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본격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당분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SM코어는 SK㈜ 자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반기 기준 영업손실(-6억6100만원)을 낸 기업이다. 2017년 SK㈜가 400억원(지분 26.6%)을 들여 인수한 물류 자동화 전문회사로, 지난 40여년간 자동화 장비 및 물류 로봇을 생산해왔다. 


SK 편입 이후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지만, 주력사업이 4대 핵심사업 키워드 중 하나인 '디지털'과 맞물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룹 차원에서 성장 토대 마련을 위한 지원 사격에 나설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 SM코어는 관계사인 SK하이닉스와 손잡고 반도체 분야 사업관리, 체계통합, 무인운반 로봇시스템 등 설계와 제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SK는 손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구 SK종합화학)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보유 지분 일부 매각도 검토중이다. SK지오센트릭은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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