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0.000001주 샀어요
투자 편의성과 수익률은 별개…ESC, 주식 매매 게임화 우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4일 07시 5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Photo by Erik Mclean on Unsplash


[팍스넷뉴스 심두보 기자]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주식이 있다. 주당 가격이 너무 비싸서다.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A주의 주가는 9월 13일 기준 41만7954달러(5억9100만원)에 달한다. 주당 가격이 수백만원대인 곳은 여럿이다. 아마존과 알파벳의 주가는 각각 3469달러(407만원)와 2817달러(332만원)다.


국내에도 몇몇 기업이 높은 수준이어서 소규모 자금을 보유한 투자자의 접근이 제한적인 종목이 있다. LG생활건강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각각 137만7000원과 91만2000원이다. 삼성SDI의 주당 가격도 73만8000원으로 높은 편이다.


주당 가격이 높으면 확실히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이 어렵다. 과거 삼성전자의 주식이 그러했다. 2011년 말 삼성전자의 주가는 300만원 가까이 다가섰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이 주식을 액면분할했다. 2018년 5월 4일 삼성전자의 주당 가격은 25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아졌다. 대신 유통 주식도 많아졌다. 물론 기업가치가 변하는 것은 전혀 없다.



그럼에도 액면분할은 호재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보다 많은 투자자가 유입될 수 있고, 이는 주식 유동성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는다. 또 기존 소액 주주들도 쪼개진 지분을 팔아 다른 포트폴리오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또 수백만원대 주가는 투자하기 다소 부담스럽기 때문에 일반인에게 심리적 장벽으로 다가온다.


물론 단점도 있다. 주가 안정성에 오히려 해가 된다는 것. 워런 버핏은 "주식을 쪼개면 수준 낮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것이고 유동성을 높이게 된다"며 "이는 기업에게 불리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즉, 기업가치는 동일한데 액면분할로 주당 가격을 낮추는 게 오히려 기업의 주주 구성을 불안정하게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제 기업의 의사와 상관없이 개인 투자자들이 주당 가격에 신경 쓰지 않고 고가의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주식에 대한 소수 단위 매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고, 10월부터 서비스 제공을 원하는 증권사의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이에 앞서 해외주식 소수 단위 거래는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이 관련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다. 이 해외 주식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 제공자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해외주식 소수 단위 거래는 소수점 아래 여섯째 자리(0.000001주)까지 가능하다. 국내도 비슷한 수준까지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 단위를 보고 번뜩 떠오르는 자산이 있다. 바로 가상자산이다. 대표적인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의 최소 단위는 1억분의 1로, '사토시'라고 부른다. 비트코인 외 다른 알트코인 역시 매우 잘게 쪼개어 거래된다. 


Photo by Mel Poole on Unsplash


2017년 가상자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각종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자금 조달에 나섰다. 투자 편의성은 굉장히 좋았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투자하면 가상자산 지갑에 해당 프로젝트의 가상자산이 들어와 꽂혔다. 지금에야 여러 인증 단계를 거쳐야 하고 각국 정부의 감시도 철저해졌지만, 당시에는 말 그대로 '누구나' '아주 작은 돈'으로 투자(투기?)할 수 있었다. 그러나 투자자의 99.9%는 그 프로젝트의 내용과 기술력, 그리고 관련자들의 정보에 대해 깊이 알지 못했다. 아니, 알고자 하지도 않았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0년대 초 정부는 IMF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 정책의 일환으로 신용카드 발급을 장려했다. 지금은 사라진 LG카드는 어마어마한 양의 신용카드를 발급했다. 직업이 없어도 학생이어도 서명만 하면 카드를 발급해주는 수준이었다. 이후 이는 기하급수적인 규모의 개인파산을 불러왔다. 이른바 '카드 대란'이다. 


소수점 거래가 가상자산 거품이나 카드대란과 같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진 않을 것이다. 긴 역사를 지닌 주식 시장에는 개인뿐 아니라 국내외 다양한 투자자가 함께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투자가 점차 쉬워져 가는 반면 투자를 위한 공부는 늘지 않는 것 같아 위험해 보인다. 


미국의 신흥 주식 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는 과도한 게임화(gamification)로 지적을 받고 있다. 로빈후드는 간편한 인터페이스와 다양한 그래픽 효과 등으로 사용자의 호응을 얻고 있지만, 이 같은 편의성과 게임성이 투자자들의 과도한 거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로빈후드의 사용자는 대부분 젊은 세대이자 초보 투자자인 경우가 많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8월 말 사람들이 더 많은 거래를 하도록 자극하는 온라인 증권사와 투자자문사가 활용하는 행동유발 및 게임화 기능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당시 "새로운 기술은 우리에게 더 좋은 접근성과 선택의 기회를 주지만, 투자자들이 적절하게 보호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SEC 발표 후 로빈후드 주가의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투자에 나서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가 출시되며 해외 주식, 채권, 심지어 부동산이나 예술품, 음악 저작권 등에도 어렵지 않게 투자할 수 있다. 예술품도 음악 저작권도 N분의 1로 쪼개져 매매되는 세상이다. 이렇게 편리해진 세계에서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누리고 있을까? 아니면 중개인만 돈을 벌고 있을까? 투자하기 더 쉬워질수록 우리는 더 강한 투자 원칙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만큼 더 현혹되기 쉬운 세상이 되었으니까.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팍스넷뉴스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