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아름 기자] HK이노엔이 MSD 백신 7종 유통을 시작하면서 외형을 키우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백신 매입에 따른 고정비 부담 확대와 숙취해소 브랜드인 '컨디션' 등의 마케팅 비용 증가로 수익성은 뒷걸음칠 쳤다. 이에 HK이노엔은 위식도역류 치료제인 '케이캡'의 글로벌 진출 확대를 통해 수익성 제고에 나설 계획이다. 

HK이노엔은 올 상반기 연결기준 3718억원의 매출, 1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4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3.4% 줄어든 금액이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률도 4.3%로 같은 기간 6.4%포인트 하락했다.

매출 증가는 MSD 백신 7종 덕분으로 추정된다. HK이노엔은 올해 1월 1일부터 한국MSD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 백신 중 가다실, 가다실9, 로타텍 등 5종 품목을 공동 영업마케팅‧유통하고, 박타 등 2개 품목을 유통 중이다. 기존 MSD 백신 유통을 맡았던 GC녹십자가 MSD 백신을 통해 연간 약 1400억원의 매출을 냈던 것을 고려하면 HK이노엔이 해당 사업을 통해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신약 '케이캡' 매출이 1년 새 25.4%(202억원→254억원) 증가한 부분도 한몫 거들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수익성 악화 역시 MSD 백신 유통 때문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HK이노엔 올 상반기 가다실9(488억원, 자궁경부암), 조스타박스(91억원, 대상포진) 등의 원재료를 매입했는데, 대상포진 백신 등 일부 시장 규모가 축소되면서 HK이노엔이 부담을 떠안았을 가능성이 높다. 의약품조사기관 아이큐비아 자료만 봐도 올 상반기 대상포진 예방백신 시장 규모는 201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42%나 축소됐다.

컨디션' 프로모션 비용 증가도 수익성 악화의 한 요인이다. HK이노엔은 '컨디션' 출시 30주년을 맞아 광고선전비‧판매촉진비 등을 확대했는데, 제품 판매는 예상보다 저조했다. 실제 HK이노엔의 광고선전비는 1년 새 34억원(50억원→84억원), 판매촉진비는 44억원(77억원→121억원) 늘어났지만, 컨디션 브랜드의 매출은 177억원으로 19.2%나 줄었다. 즉 원재료 매입 부담에 판매 부진 여파로 지난해 상반기 89.3%였던 원가율(매출원가+판매관리비/매출)이 올 상반기 95.7%로 6.4%포인트나 상승하면서 영업이익이 40% 넘게 줄어든 셈이다.

HK이노엔은 이에 자체 신약인 '케이캡'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단 목표다. '케이캡'의 경우 올해 6월 중국에 주사제형 기술수출 계약을 추가로 따내는 등 해외 국가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HK이노엔은 현재 미국에서 '케이캡' 경구제형에 대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중국에선 '케이캡' 경구제, '케이캡' 주사제형 기술이전을 마친 상태다. HK이노엔은 연내 중국에서 '케이캡' 경구제의 품목 허가('혁신신약-품목1')를 획득해 내년 1분기 출시하고, 미국에선 내년까지 임상 1상을 마치고 파트너사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MSD 백신 유통으로 매출원가가 상승하고, '컨디션' 판매부진으로 판관비 투입 대비 손실이 발생하면서 영업이익이 축소됐다"며 "백신 유통의 경우 향후 HK이노엔에서 개발 중인 수족구백신 등에 대해 유통망을 선점하기 위한 작업이며 '컨디션' 매출은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면서 현재 정상화 수순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케이캡'을 통해 미‧중 등 신규 시장을 개척, 글로벌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