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HMM 영구채 방정식' 어떻게 풀까
내년부터 이자 2배 폭등…이익 날 때 상환해야 vs 아직은 현금 유보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5일 14시 3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제공 HMM


[팍스넷뉴스 김현기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HMM 매각과 관련해 기초적인 밑그림을 제시함에 따라, 산은과 해운진흥공사(해진공)가 갖고 있는 HMM의 '영구채(신종자본증권)' 해결 방안도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HMM이 영구채 중 일부라도 갚아서 이자비용을 줄여야 매각 과정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이 회장은 최근 온라인 간담회에서 산은이 갖고 있는 HMM 지분(24.96%)을 단계적으로 팔아 몸집을 줄인 뒤 경영권을 민간기업에 넘기겠다고 했다. 산은은 지난 6월28일 3000억원 규모의 HMM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바꾸면서 기존 12.61%였던 지분율을 거의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리고 최대주주 지위를 확고히 다졌다. 특수관계자인 해진공 보유분 3.44%까지 합치면 지분율이 28.40%까지 오른다. 향후 새 주인이 산은 및 해진공 지분을 인수할 경우,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 회장은 아울러 HMM 노사의 임금단체협상(임단협) 3년 일괄 타결 등 매각의 다른 필요조건에 관해서도 긴 시간을 할애했다. 다만 영구채 관련 질문에 대해선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정책에 입각해 영구채를 지원한 것으로 지금은 HMM 정상화가 우선"이라며 답변을 짧게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선 'HMM의 영구채 상환 로드맵이 나와야 할 때 아니냐'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한다. HMM이 지불하는 이자비용이 적지 않은 데다가 내년부터 이자율이 폭등하기 때문이다. 이는 HMM이 코로나19 수혜를 입어 큰 폭의 영업이익이 예고되는 올해 어느 정도 갚는 게 낫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HMM은 오는 2047년부터 2050년까지 만기로 두고 있는 2조6800억원 규모의 미상환 CB, 2048년 만기인 6000억원 규모의 미상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남겨놓고 있다. 총 3조2800억원 규모의 CB 및 BW를 발행할 때 30년 만기를 뒀고, 사채권자의 중도상환 청구를 막아놨기 때문에 시장에선 오랜 기간 원금을 갚지 않아도 되는 영구채로 간주하는 것이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 산하 해석위원회는이런 영구채를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했다. 


다만 영구채의 금리가 발행 1~5년차에 연 3%로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6년차에 연 6%로 두 배 오르고, 7년차부턴 직전연도 이율에 매년 0.25%를 가산(최대 10%)한다는 점은 HMM에 적지 않을 부담이 될 전망이다. 특히 해진공이 전량 갖고 있는 6000억원 규모의 제191회 CB(2017년 3월 발행)의 경우, 당장 내년 3월에 발행 6년차를 맞기 때문에 당사자인 HMM과 최대주주인 산은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 HMM은 올 상반기 영구채 이자비용으로 400억원 이상을 썼다. 이를 상환하지 않을 경우, 향후 몇 년 안에 1500억원 가까이 증가한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 산은이 HMM 매각을 추진할 때도 이는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9808억원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HMM은 올해 전세계적인 해운 운임비 폭등에 힘입어 큰 폭의 실적 증가가 확실시된다. 증권가에선 연간 영업이익 7~8조원을 내다보고 있다. 이런 '어닝 서프라이즈'를 통해 거둬들이는 현금을 영구채 상환에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산은이나 해진공이 CB나 BW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도 있으나 이럴 경우 산은의 지분율이 너무 커져 "몸집을 줄이겠다"는 산은 측 방침과 어긋나는 게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영구채가 자본으로 산입되는 탓에 이를 상환하면 부채비율이 급증할 수 있지만, 이익이 생길 때 영구채 일부 혹은 전부를 갚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추후 자금 조달이 필요하면, 지난해 말 CB 공모(2400억원 규모)처럼 시장에서 조달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선 HMM의 올해 실적 급증이 일시적으로 보기도 한다. 따라서 산은과 HMM이 영구채 상환보다는 현금 사내 유보를 통한 체력 유지로 가닥을 잡을 수도 있다. 이 회장도 "HMM의 내년 이익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2년 뒤엔 없을 것 같다"며 보수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영구채를 둘러싼 고차방정식을 푸는 것이 산은 입장에선 숨길 수 없는 숙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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