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플랫폼인가
카카오·네이버, 금융업 등에 대한 규제 준수 및 '운동장' 역할 더 고민해야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3일 08시 0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김현기 차장] 오랜기간 외면하던 카카오T 유료호출을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쓰게 됐다. 1000원 더 지불하는 유료호출(스마트호출)과 그렇지 않은 무료호출의 택시 대기시간 차이가 점점 커진다는 것을 몸이 익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따금 택시기사들에게 "유료호출이 운영사 카카오(정확히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배만 불려준다"는 훈계(?)를 듣지만, 그럼에도 다시 유료호출을 이용하게 되는 것은 이 생태계를 벗어날 경우 출근시간이 적지 않게 늘어날 것이라는 두려움이 엄습해서다. 그러다보니 카카오에서 유료호출을 폐지한다는 소식을 듣고도 '아침에 더 빨리 일어나야겠다'는 생각부터 하게 됐다.


카카오T가 처음부터 이런 형태로 시장을 빨아들인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처음엔 출근길, 퇴근길 택시 잡느라 에너지를 소비하는 직장인들, 그리고 최적의 운행 루트로 돈을 벌고 싶은 기사들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중개소' 및 '운동장' 역할을 그렸을 것이다. 그러다가 유료호출 같은 상품을 들이밀어 수익 극대화도 추구하게 됐다. 카카오가 최근 '빅테크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유료호출부터 없앤다고 선언한 것은, 유료호출과 관련된 효용 분배가 한 쪽(카카오 회사)으로 쏠렸다는 것의 방증이기도 하다.


카카오T 성공 사례는 금융에도 부쩍 스며들고 있었고, 그러던 차에 금융당국의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제재가 이뤄졌다. 그리고 '빅테크 갑질' 논란도 터졌다. 카카오에 대한 금소법 제재는 카카오T 유료호출과 비슷하다. 소비자들이 1년에 한 번씩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을 알아보기 위해 각사 홈페이지를 다니며 비교하자,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페이가 이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뒤 가입까지 이어지는 서비스를 고안해 점유율 늘리기에 나섰다. 다만 기존 금융권은 이런 서비스에 대한 금소법 위반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며, '언젠가는 카카오와 계열사들이 금융상품 취급에서도 포식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금융당국이 마침 이런 우려를 인지한 뒤 23일부터 카카오페이의 각종 금융상품 중개에 대한 금지 처분을 내리게 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빅테크의 덩치 키우기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지난 1년간 주가를 3~5배 끌어올린 것도 이를 잘 반영한다. 생활과 IT를 접목한 이들의 기술은 앞으로 더욱 고도화될 것이고, 사람들도 환영하고 있다. 19세기 말 영국에서 마차 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의 속도를 시간당 6km로 제한했던 일이 있었는데, 이는 자동차 산업을 가장 먼저 일으킨 영국이 프랑스나 독일에 추월당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역사를 떠올리며 빅테크 기업들이 점점 글로벌 시장을 놓고 싸우는 상황에서 카카오나 네이버에 대한 규제가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저하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다만 국내 빅테크들의 행보가 과연 시장의 룰에 맞는지, 플랫폼 산업이라는 이들의 산업 패러다임과 부합하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가 마차보다 빠르다고 해서 신호와 과속 등 각종 교통법규를 위반할 수 없는 것처럼 빅테크에 대한 적절한 규제 역시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울러 카카오와 네이버의 행보가 플랫폼 산업 본연의 길을 걷고 있는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란 특정 산업의 운동장을 열어주고, 여기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열심히 뛰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지금 국내 빅테크들은 운동장 만들어주는 것과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그들의 동기부여를 저하시키면서 빅테크 자신들의 수익 증대에 치중한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금소법 관련 제재가 시행되면서 치솟던 빅테크들의 주가가 단기간 폭락한 것은, 그들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플랫폼 비즈니스 본연의 가치보다는 금융산업에 대한 무분별한 진입에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게 한다. 금융을 중심으로 빅테크와 기존 기업, 시장이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교집합을 찾는 것이 화두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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