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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조선 가격협상이 남긴 씁쓸한 뒷맛
유범종 기자
2021.09.24 08:00:25
철강-조선 '특수관계'…각자도생 아닌 공생 지혜 모아야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3일 08시 1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포스코 10.9% vs. 한국조선해양 -11.1%.'


국내 철강과 조선을 각자 대표하는 기업들이 올 상반기 손에 쥔 영업이익률이다. 이러한 격차는 하반기에도 깨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철강과 조선산업은 모두 모처럼만의 폭발적인 수요 호조를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처럼 양사의 이익률은 극명하게 갈렸을까? 각자 내부적으로 다양한 사정들이 자리하겠지만 올해 조선용 후판 가격협상 결과가 가장 큰 외부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터다.  


국내 주요 철강과 조선사들이 반기마다 치르는 조선용 후판 가격협상은 항상 뜨거운 감자다. 철강사들의 제품별 매출과 조선사들의 자재매입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협상 결과에 따라 기업 전체 수익성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양 업계의 협상은 단 한번도 수월하게 넘어간 적이 없다.


불과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후판 가격협상의 주도권은 조선사에게 있었다. 철저한 시장 수급논리에 따른 결과였다. 2000년대 들어 조선산업이 활황을 타자 국내 철강사들은 앞다퉈 후판 설비 증설에 나섰다. 당시만 해도 후판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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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08년 리먼 사태가 터지면서 전세계 조선 경기는 급속도로 냉각됐고 국내 철강사들이 신바람 나게 투자한 설비들은 고스란히 목을 죄는 공급과잉으로 되돌아왔다. 여기에 범현대가(家)를 등에 업은 현대제철까지 후판사업에 새롭게 발을 들여놓으면서 공급과잉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당장 후판을 팔아 설비가동률을 유지해야 했던 철강사들은 조선사들과의 가격협상에 소극적이 될 수 밖에 없었고, 후판 원가인상분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후판사업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오랜 시간 이어진 이러한 흐름은 올해 급반전을 맞게 된다. 후판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 폭등으로 철강사들이 인상 명분을 얻은 가운데 주요 후판 수입국인 중국, 일본 등이 자국 철강 수출 억제정책과 감산 등을 잇달아 추진하면서 국내시장에서 후판이 극심한 공급부족에 빠지게 되면서다.


국내 철강사들은 그 동안의 서러움을 털어내듯 전격적인 가격 인상에 나섰다. 선박 제조를 위해 안정적인 후판 조달이 필요했던 조선사들은 과거 철강사들이 그러했듯 '울며 겨자먹기'로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양상이 펼쳐졌다. 그 결과 올 상·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협상에서 국내 철강사들은 톤당 약 40만원 가량의 파격적인 가격 인상에 성공했다. 연초 톤당 60만원 중반대에 그쳤던 조선용 후판가격은 올 하반기 톤당 105~110만원 선까지 수직 상승했다. 이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사들이 올 상반기 이익을 내는데 큰 동력이 됐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반대로 국내 조선사들은 선박 주자재인 후판가격이 훌쩍 뛰면서 대부분 큰 폭의 적자를 감내해야만 했다. 유조선,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등 선박 종류에 따라 후판 구매비용은 건조원가의 10~20%를 차지하기 때문에 국내 조선사들은 올해 후판 매입가격 인상에 따른 수천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반영할 수 밖에 없었다.


철강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조선용 후판가격 인상이 과거 조선사들과의 가격협상에서 주도권을 뺏기며 잃었던 수익을 일부 환원하는 과정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최대 소재 공급처와 수요처라는 특수한 관계로 묶여 상호의존이 불가피한 양 업계의 역학관계를 볼 때 상생을 위한 방안은 없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시황은 생물과도 같다.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양 업계의 협상 주도권은 언제든지 또 바뀔 수 있다. 향후 조선사들이 다시 주도권을 가져가게 되면 철강과 조선의 이익률은 또 다시 극명한 반대 그래프를 그려야 하는 것인가?


철강과 조선 모두 국내 중후장대를 책임질 주축산업이다. 양 산업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무너지면 국내 경제는 휘청거릴 수 밖에 없다. 마치 놀이터 시소게임처럼 반복되고 있는 이러한 각자도생 중심의 협상이 지양되어야 하는 이유다.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의 본질이라지만 양 업계의 특수성을 조금이라도 감안해 내년부터라도 공생을 위한 협상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가는 노력이 있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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