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카카오 산 넘어 산
⑥ 카카오 선결 과제된 지배구조·조직구조 개편
이 기사는 2021년 10월 01일 15시 4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카카오)


[편집자주] 'Don't Be Evil(돈비이블)' 글로벌 빅테크 기업 구글이 창업 초기 모토로 내세운 이 짧은 문장은 구글은 물론 글로벌 IT 기업에게 큰 영향을 줬다. 나쁜 짓을 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외침 속에 혁신을 통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온 IT 기업을 전세계가 응원했고 그들의 성장을 함께 기뻐했다. 그런데 20여년이 지난 2021년 '돈비이블'이 유효할까라는 질문에 많은 이들이 '노(NO)'라고 답한다.구글과 애플은 30% 수수료를 중소 개발자들에게 강제했다. 카카오와 네이버로 대표되는 국내 빅테크 기업들은 플랫폼의 엄청난 영향력과 자본력으로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며 골목상권까지 거침없이 차지했다. 그리고 국가 핵심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와 국회까지 진출한 그들의 인맥은 이제 더 이상 '돈비이블'이라는 모토를 마음에 두고 있지 않은 듯 하다. 이에 팍스넷뉴스는 카카오로 대변되는 국내 빅테크 기업의 현실과 해결해야 할 문제점 등을 짚어본다.  


[팍스넷뉴스 노우진 기자] 계열사가 얽힌 논란에 이어 갑질 기업이라는 오명까지 쓴 카카오가 위기를 타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카카오는 논란 진화의 일환으로 상생안을 내놨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특히 카카오의 지배구조와 조직구조 개편이 선결 과제로 부상했다. 특히 공정관리위원회(공정위)가 주목하고 있는 케이큐브홀딩스가 문제의 중심이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계열사 신고 누락이나 허위 보고, 금산분리 위반 혐의 등 잡음이 더해지고 있다. 



그동안 카카오가 내세운 성장전략 역시 문제점으로 꼽힌다. 대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분권화된 조직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 논란의 시발점이 된 카카오모빌리티의 무모한 사업화 역시 계열사의 지나칠 자율 경영 때문이라고 지적이 있다. 


◆ '걸림돌' 된 케이큐브홀딩스


카카오 논란의 핵 중 하나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케이뱅크홀딩스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사실상 카카오의 지주회사 역할을 한다. 케이큐브홀딩스가 소유하고 있는 카카오 지분은 10.59%로 2대 주주 자리에 올라있다. 의결권 행사를 통해 카카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다. 이외에도 카카오게임즈 지분 1%와 케이큐브임팩트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케이큐브홀딩스 매출 대부분이 금융업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상 금융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가 비금융회사인 카카오에 의결권을 행사하며 금산분리 규정 위반 가능성이 생겼다.


금산분리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금하는 원칙이다. 금산분리 원칙 하에서는 금융회사가 기업의 주식을 일정 한도 이상 보유하는 것이 금지된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지난해 업종을 경영컨설팅 서비스 업종에서 금융업으로 변경했다. 이전까지 케이큐브홀딩스는 비금융회사로 등록돼있었다. 당시에도 매출은 대부분 금융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에 2019년부터 현재까지 있었던 28건의 의결권 행사가 위법으로 인정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인 역할과 별개로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의 지주회사는 아니다"며 "따라서 금산분리 위반 혐의보다는 업종 변경 후 의결권 제한 위반 여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대기업으로 성장했고 정치권부터 당국까지 카카오에 주목하고 있으니 문제의 소지가 되는 지배구조를 최대한 빨리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최근 케이큐브홀딩스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케이큐브홀딩스에 근무하던 자녀를 퇴사시켜 총수일가에 관한 논란 진화에 나섰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총수 일가라 할 수 있는 김 의장의 가족을 중심으로 운영돼 가족회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여론은 싸늘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 한다"며 "케이큐브홀딩스에 대한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 당장 여론을 반전시키기보다는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한 이후) 앞으로의 행보를 통해 진정성을 인정받아야 할 것"이라 말했다.


(출처=케이큐브홀딩스 사이트 캡쳐)


◆ 과속 성장이 부른 참사 


카카오는 단연 가파른 기업규모 확장 속도로 주목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 계열사는 지난 2월 105개, 5월 118개, 8월 128개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우리도 공정위 자료를 보기 전엔 자회사가 몇 개나 되는지 짐작도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성장 측면에서 보면 분명 고무적인 수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과속 성장'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카카오 주요 경영진의 영향력이 모든 자회사에 미치지 못해 제어권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자료=송갑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의원실)


카카오 계열사는 대기업으로 편입된 2016년 45개에서 2021년 118개로 162% 증가해 71개 대기업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주요 대기업 계열사 증가율 평균이 50.46%라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확장 속도다. 삼천리, KCC 등은 카카오와 비슷한 증가율을 보였지만 각각 16개에서 42개, 7개에서 18개로 증가해 규모 편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카카오는 최근까지도 계열사 확대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공정위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31일 기준 카카오는 3개월 전 대비 가장 높은 계열사 증가율을 보였다. 카카오는 해당 기간 동안 13개 회사를 신규 편입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공격적 사업 확장과 가파른 속도의 몸집 불리기는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의 경영 스타일에서 기인했다고 풀이한다. 여 대표는 NHN에서 검색광고사업을 총괄할 때 저돌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면모를 보여 '싸움닭'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여 대표는 이러한 추진력을 발판 삼아 카카오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실제로 광고 전문가로 불리던 여 대표가 카카오를 이끌며 카카오 광고 사업이 개편되며 수익성 역시 가파르게 개선됐다.


여 대표의 저돌성은 지금의 '카카오 왕국'을 만들었지만 동시에 '과속 성장'의 단초가 됐다. 카카오는 이미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대기업 규모까지 성장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확장 속도를 조절하지 않아 몸집에 적합한 조직 구조로의 전환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나치게 분권화된 조직 구조에서는 의사 결정이나 사업 방향에서 통일성보다는 각자 도생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는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를 추진하며 계열사를 늘리고 몸집을 키워왔는데 이런 구조에서는 (김 의장이나 여 대표를 비롯한) 카카오 경영진의 영향력이 전체에 미치기 힘들다"며 "결국 카카오가 각자도생 전략의 덫에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카카오 자회사 중 하나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는 그 아래 또다시 30개가 넘는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그 중 그레이고,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등은 또다른 자회사를 갖고 있다. 그 외에도 카카오모빌리티나 카카오게임즈,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역시 수많은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 문제가된 지나친 분권화


카카오가 내세운 '100인의 CEO' 전략이 결국 카카오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그동안 카카오가 성장 발판으로 삼았던 각개전투 성장 전략이 각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다. '각자도생' 해야 하는 카카오 각 계열사는 외부에서 투자를 끌어와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카카오의 지배력이 약해진다. 


실제로 최근 논란을 낳은 카카오모빌리티는 꾸준히 외부 투자를 유치하며 카카오의 지분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카카오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계열사가 단기적 이익을 쫓아 의사 결정을 내리자 결국 기업 전체를 위기에 빠트린 것이다.


카카오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는 전적으로 계열사의 자율 경영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계열사 역시 카카오의 이름을 갖고 있지만 별개 회사나 다름없다"며 "의사 결정 역시 (계열사 내) 자체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실무 이사진 급에서도 카카오 본사 측과 관련된 일이나 자체적으로 해결이 어려워 도움을 요청해야 경우 조언을 하는 정도"라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이러한 조직 구조는 IT업계 스타트업 기업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카카오는 대기업 규모로 성장했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이 계열사의 경영 실수가 기업 전체를 논란에 빠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는 신사업을 추진할 때 조직 내 별도 조직인 CIC(Company in Company)를 구성해 대부분의 권한을 일임한다. 이는 전략적으로 효율적이며 분권 경영을 통해 각자 영역에서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분권화 정도가 너무 높아 조직 전체를 관통하는 의사 결정은 힘든 구조다. 이 때문에 카카오의 현재 위치가 내수 시장에 특화된 빅테크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해 국내 환경에 적합한 구조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특유의 집단적 대기업 경영 체제는 그룹 전체 이익을 우선순위에 두기 때문이다. 이러한 형태의 조직 구조에서는 계열사 간 이해 충돌 조정이나 계열사의 그릇된 의사 결정을 제어하기 용이하다.


즉 카카오는 지나치게 분권화돼있는 현재의 조직 구조와 자율 경영을 최우선시하는 성장 전략을 새로이 탈바꿈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카카오를 중심으로 한 논란을 보면 계열사들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거나 수익구조를 개선하려 한 것이 불씨가 됐다"며 "다시 이런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그동안 카카오가 지향하던 조직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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