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2050년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선결과제는
기술개발·그린수소 조달·현 설비 출구전략 마련 등 과제 풀어야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9일 15시 5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유범종 기자] 포스코가 전세계 철강업계에서 꿈의 기술로 일컬어지는 수소환원제철공법을 2050년까지 상용화하겠다고 도전장을 던졌다. 철을 생산할 때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현 철강조업 특성을 고려하면 매우 도전적인 선언이 아닐 수 없다. 포스코의 목표처럼 수소환원제철이 철강 생산공정에서 상용화되기 위해선 반드시 풀어야 할 선결과제도 적지 않다.


포스코는 29일 열린 수소환원제철포럼(HyIS 2021, Hydrogen Iron & Steel Making Forum)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탄소배출 제로를 위한 구체적인 실현방안으로 기존 제철기술에서 한 발 더 나아간 혁신적인 공법인 수소환원제철을 제시했다. 수소환원제철공법은 현재의 제철공법에서 사용되는 석탄 대신 환원제로 수소를 사용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고 물이 발생하게 하는 미래 친환경 제철공법이다. 기술만 개발된다면 철강 생산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수소환원제철소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수소환원제철공법은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세계 유수의 철강기업들이 적극적인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기술이다. 기술적인 난관과 경제성 확보 곤란 등의 이유로 향후 상용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환원제로 석탄 대신 수소를 쓴다는 것은 외부에서 보기에는 아주 간단한 변화처럼 보이지만 사실 매우 커다란 변혁의 시작이다. 수소환원제철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탄소환원제철법에서 열원으로 사용하던 석탄 대신 고온의 수소가 필요하다. 수소는 폭발성이 높은 기체로 이를 고온에서도 안정적으로 다루는 것은 매우 어려운 기술이다.


특히 수소환원제철을 위해서는 대량의 그린수소가 필요한데 이는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 해야만 얻을 수 있는 귀한 재료다. 따라서 수소환원제철로 가기 위해서는 철강생산 공정에서의 많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사진=포스코 수소환원제철 공정. 제공=포스코)


가장 큰 변화는 제철소에서 고로(용광로)가 더 이상 필요 없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수소환원제철공법은 유동환원로에서 생산된 환원철(DRI)을 전로가 아닌 전기로에 넣어 녹이고 불순물을 정체하는 과정을 거친다. 기존에 고로를 통해 석탄과 철광석을 녹이는 공정이 없어지니 결국 고로와 함께 부속설비(소결공장, 코크스공장) 등이 사라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수소환원제철소로의 전환을 위해선 현 설비에 대한 출구전략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포스코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인 광양 1고로(6000㎥)를 포함해 내용적이 5500㎥ 이상인 초대형 고로만 6기를 보유하고 있다. 전세계에 포진한 초대형 고로가 총 15기임을 고려하면 절반에 가까운 수다.


고로는 특성상 한번 화입(火入)을 시작하면 불이 꺼질 때까지 쇳물을 생산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소환원제철공법 전환에 따른 선제적인 고민과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혹여 나중에 이러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포스코는 이에 대비해 지난 2017년부터 정부 주도로 추진하고 있는 '고로기반 이산화탄소 저감형 하이브리드(Hybrid) 제철기술' 개발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석탄을 수소함유자원이나 바이오매스와 같은 탄소중립적인 환원제로 일부 대체하거나 철광석을 고로에 투입하기 전에 일부 환원해 사용하는 방안 등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 고로 체제에서 수소환원제철로의 급격한 전환은 대규모 비용 소모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면서 "어느 날 갑자기 한꺼번에 전환하기보다 상황에 맞게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동시에 기존 고로에 대한 이산화탄소 저감 활동도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수소환원제철공정이 기존 고로조업과 다른 또 하나의 차이는 외부로부터 대규모 전력을 끌어와야 한다는 점이다. 고로는 쇳물 제조뿐만 아니라 후공정에 필요한 열원과 전력 생산을 위한 부생가스를 공급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수소환원제철은 수소가 100% 환원에 쓰이기 때문에 부생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제철소의 모든 전력이 필수적으로 외부에서 공급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수소환원제철은 기본적으로 그린수소를 전제하고 있다. 유동환원로에 투입되는 수소와 설비를 구동하는 전기의 생산 모두 탄소배출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린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선 태양광,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에 그린수소를 자체 생산할 수 없는 국가는 향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한국 등 아시아지역은 자체적인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호주와 중동지역 의존도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향후 이들 지역과의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 참여와 파트너사 발굴의 중요성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수소환원제철공법이 활용되려면 수소 생산과 운반 등에 대한 인프라 구축이 동행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포스코 혼자가 아닌 관련기업들과 정부의 지원,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연초 철강분야 탄소중립 논의를 위해 출범한 '산·학·연·관' 협의체인 그린철강위원회 역할과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철강은 금속소재 중 단위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음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이 압도적으로 많아 연간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기간산업"이라며 "포스코가 높은 장벽을 깨고 철강 공정기술의 혁신을 이뤄낸다면 단순히 오염 물질 배출 저감이 아닌 세계 철강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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