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를 통해 본 글로벌 빅테크 규제
⑦ 글로벌 빅테크 규제, '돌풍'에서 '폭풍' 되나
이 기사는 2021년 10월 05일 14시 3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 (출처=카카오)


[편집자주] 'Don't Be Evil(돈비이블)' 글로벌 빅테크 기업 구글이 창업 초기 모토로 내세운 이 짧은 문장은 구글은 물론 글로벌 IT 기업에게 큰 영향을 줬다. 나쁜 짓을 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외침 속에 혁신을 통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온 IT 기업을 전세계가 응원했고 그들의 성장을 함께 기뻐했다. 그런데 20여년이 지난 2021년 '돈비이블'이 유효할까라는 질문에 많은 이들이 '노(NO)'라고 답한다.구글과 애플은 30% 수수료를 중소 개발자들에게 강제했다. 카카오와 네이버로 대표되는 국내 빅테크 기업들은 플랫폼의 엄청난 영향력과 자본력으로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며 골목상권까지 거침없이 차지했다. 그리고 국가 핵심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와 국회까지 진출한 그들의 인맥은 이제 더 이상 '돈비이블'이라는 모토를 마음에 두고 있지 않은 듯 하다. 이에 팍스넷뉴스는 카카오로 대변되는 국내 빅테크 기업의 현실과 해결해야 할 문제점 등을 짚어본다.  


[팍스넷뉴스 노우진 기자] 국내에서는 골목상권의 갈등으로 인해 카카오가 대표적으로 빅테크 규데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빅테크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수많은 논의가 이뤄진 상황이다. 특히 미국과 EU가 손을 잡고 빅테크 규제를 골자로 한 표준 규범을 내놓기로 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사실상 세계 최초로 빅테크 기업 규제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또한 지난 1일 시작된 국정감사에서도 카카오와 네이버를 중심으로 한 빅테크 기업에 대한 효율적인 규제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을 필두로 EU 등 서구권 국가는 다양한 방법으로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아직 한국과 같이 입법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각각 독과점을 견제하기 위한 법안을 내놓는 한편 빅테크에 대응하는 접근 방식을 교환하기도 했다. 


여기에 중국은 내부 정치적인 문제와 결합돼 정부 차원에서 빅테크 기업에 엄청난 압박을 가하고 있는 등 전 세계가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을 막아야 한다는 공통된 과제를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 국내 인앱 결제 규제, 기폭제 될까


지난 8월 31일 구글갑질방지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실상 세계 최초로 빅테크 독과점에 제동을 건 법률이 입법에 성공한 것이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 등 세계 각 국이 최근 들어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분명 글로벌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다.


구글 방지법의 핵심은 구글·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가 인앱 결제를 강제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의 국내 앱 마켓 점유율은 각각 72.1%와 9.2%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은 인앱 결제를 강제하고 기존에 게임 앱에만 적용됐던 인앱 결제 수수료 정책을 다른 디지털 콘텐츠 관련 앱까지 확대하겠다 발표해 공분을 샀다. 구글이 책정한 수수료는 15~30% 수준이다.


이러한 앱 마켓 사업자의 인앱 결제 강제와 수수료 정책은 IT산업의 본거지인 미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미국 상원에는 구글 갑질 방지법과 유사한 오픈 앱 마켓 법안이 발의된 상태이며 유타주와 뉴욕주 등 36개 주와 워싱턴 DC는 최근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도 수수료 정책에 대한 규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전세계적인 흐름에서 한국 국회가 앞장서 인앱 결제를 규제한 것은 다른 나라 입장에서 매우 고무적인 사례로 받아들이고 있다. 빅테크 규제를 위해 힘쓰던 각국 인사들 역시 국내 인앱 결제 규제에 응원의 목소리를 보탰다. 데이비드 시실리니 미국 하원 의원은 "막강한 거대 플랫폼 기업의 압력과 로비에 맞서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 국회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마크 뷰제 미국 앱공정성연대 창립임원도 "전세계 앱 개발자들이 한국 국회에서 인앱 결제를 막기로 했다는 소식을 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내 인앱결제 규제법안 통과 이후 미국·유럽 등 다른 국가의 규제 역시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빅테크 규제 시도를 하고 있는 와중에 규제에 성공한 선례가 됐다는 것이다.


◆ 미국의 금소법·반독점법 통한 '투트랙 규제'


글로벌 경제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은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전방위적 규제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금융 규제다. 2008년 도입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인 '도드-프랭크 법안'으로 인해 금융서비스 확장을 노렸던 기업들은 발목이 묶인 상태다.


이 법안은 미국 정부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소비자 상환 능력에 대한 규제 융자 심사를 까다롭게 강화하기 위해 만든 법안이다. 이것이 아마존이나 애플 등 금융업 확장을 시도하는 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에 빅테크 기업은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지난 6월 미국 하원 양당이 5개 법안으로 구성된 반독점 패키지법을 발의하며 반독점 규제 논란에 불이 붙었다. 반독점 패키지법이 조준한 것은 흔히 '빅 4'로 불리는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등이다.


'미국 소비자의 온라인 시장 선택과 혁신 법률'은 빅테크 기업이 자사의 막강한 플랫폼 영향력을 활용해 골목시장을 장악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것을 규제한다. 현재 국내에서 카카오를 중심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시장 반독점 및 골목상권 위협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해당 법률은 플랫폼을 영위하는 빅테크 기업이 자사 브랜드 제품이나 서비스 판매를 올리기 위해 타 사업자의 판매를 제한하거나 자사의 다른 서비스에서 비공개 데이터를 가져와 쓰는 등 자사 우대 행위를 차별 행위라고 규정한다.


패키지법의 '플랫폼 독점 종식 법률'과 '플랫폼 경쟁과 기회 법률' 역시 다양한 업계로 사업을 확장하는 빅테크 기업을 정조준한다. 이 법률의 골자는 기업의 동종 기업 인수를 제한함으로써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저지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국내에서 통과된 인앱 결제 규제 역시 논의되고 있다. 이번엔 미국 상원이 나섰다. 지난 8월 11일 미 상원의원들은 '공개 앱 마켓 법안'을 발의하며 구글·애플 등의 앱 마켓 운영방식을 저격했다. 법안에 따르면 구글과 애플은 앱 마켓에서 개발자들의 인앱 결제를 강제할 수 없으며 앱을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 외 다른 곳에서도 다운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동안 애플과 구글은 사용자들이 다운받은 앱 안에서 콘텐츠를 구매할 때 자사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강제했고 최대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았다. 또한 애플은 아이폰용 앱은 무조건 애플 앱스토어에서만 다운받도록 했다. 이 때문에 자유경쟁을 막고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는 혐의를 받게 된 것이다.


미국 상·하원 모두 다양한 방향에서 빅테크를 압박하고 있으나 아직 가시적인 결과가 나온 것은 없다. 그러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적극적인 빅테크 규제를 선언한 것으로 보아 규제 흐름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미국 당국은 '아마존 반독점의 역설' 논문 저자로 유명한 리나 칸 컬럼비아대학교 로스쿨 교수를 연방거래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본격적인 규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 P2B 내세운 유럽


영국이나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도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사법과 입법 두 영역에서 빅테크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네덜란드 법원은 이달 세계 최대 차량공유 플랫폼인 우버(Uber) 기사를 피고용인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기업 입장에선 피고용인으로 인정하면 사업을 확장할수록 더 큰 비용이 발생한다. 이러한 판결은 앞서 지난 3월 영국 대법원에서도 있었으며 프랑스 법원도 우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택시 기사의 손을 들어줬다.


EU는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를 필두로 한 미국 빅테크 기업을 조준해 지난해 7월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규칙', 이른바 P2B(Platform to Business) 규칙을 시행했다.


이 규칙은 거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약관을 변경하거나 플랫폼 서비스를 갑자기 중단할 때 이를 무기로 수수료나 광고비 인상 등 불공정 거래 유발을 막기 위한 사전 통지 조항을 포함한다. 또한 알고리즘 조정, 자사 우대, 최고 우대 조항 등에 대해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P2B 규칙 시행은) 경쟁법의 공백을 보완하는 것"이라며 "불공정 거래행위 규율 입법에 무게를 둔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빅테크 규제를 위해 미국과 EU가 손을 잡았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EU는 무역기술협의회(TTC·Trade and Technology Council)를 출범했다. 또한 공동성명을 내 빅테크 규제 등에서 공통된 접근을 취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과 EU는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허위 정보, 제품 안전, 위조 제품 및 기타 유해 콘텐츠에 중점을 둔 플랫폼 정책과 관련해 대서양을 넘어서는 협력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의 경영 환경이 향후 더 어려워질 것이라 전망했다.


◆ 중국도 빅테크 기업통제 나서


중국도 빅테크 규체 흐름에 동참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가 당국의 금융 규제를 '전당포 영업'이라고 비판한 것을 빌미 삼아 규제의 포문을 열었다. 일명 '홍색 규제'다. 알리바바에서 시작된 압박은 이후 텐센트, 바이두 등 다른 빅테크 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홍색 규제로 인해 독과점 혐의를 받은 알리바바는 182억원(한화 약 3조1000억원)을 벌금으로 냈다. 또한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도 기업공개(IPO)가 중단돼 상장이 좌초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중국 당국은 앤트그룹의 대출 신용 정보 데이터를 국유회사로 넘기도록 명령해 사실상 국유화에 나섰다. 이외에도 디디추싱, 텐센트 등 중국 내 빅테크 기업이 규제로 인해 타격을 받았다.


이처럼 당국의 간섭이 이어지자 중국 내 빅테크 기업은 줄줄이 백기 투항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한 '공동부유'에 지원을 맹세하며 충성심을 보이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지난 26일 개막한 제8회 세계인터넷대회(WIC)에서 장융 알리바바 회장을 필두로 공동 부유론 지지를 선언하며 막대한 금액의 지원을 맹세했다.


이는 중국의 통치 체제 경제 구조 등을 고려했을 때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권 국가의 규제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중국의 규제 동참은 글로벌 시장을 짓누르는 빅테크 규제 압박을 더욱 거세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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